공무원 마음건강센터…지난해 상담 인원, 건수 역대 최다
↑ 공무원들이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는 모습 / 사진 = 전주시 블로그에서 캡쳐 |
지난주 공직사회에 첫 발을 디딘 지 1달도 채 되지 않은 전주시 소속 9급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농업 관련 부서에서 일을 했지만 주말마다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업무를 나가는 등 과중한 업무가 이유였습니다.
유족은 지난 17일 전주시장 등을 강요, 직무유기,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전주완산경찰에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유족은 "고인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 시청 직원들이 고인을 비아냥대거나, 일감을 몰아주고 '신입 과부하 걸렸네'하며 시시덕거리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추모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무원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지 이미 오래"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공무원이 쓰러지거나 정든 직장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세종시에서도 지난주 전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8급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경찰이 원인을 수사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020년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실시한 조사로 46개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4,000명의 응답을 표본 추출한 조사입니다.
↑ 2020년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 공무원들이 스트레스 받는 순위 / 사진 = 한국행정연구원 2020년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캡쳐 |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이 받는 스트레스 1위는 공식업무 책임과 내 가치관 차이로 인한 내적 갈등, 2위는 상급자들의 모순된 요구와 지시, 3위는 내 역할에 대한 상·하급자들 요구의 상이함 및 업무 책임의 과중함이 꼽혔습니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공무원재해보상법을 근거로 지난 2008년부터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설치, 운영 중입니다. 서울, 과천, 세종, 대전 등 전국 6개 지역의 센터에 총 18명의 전문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10억 4천만 원입니다.
↑ 공무원 마음건강센터 설치 현황 / 사진 = 인사혁신처가 제공한 센터 운영 현황 자료에서 캡쳐 |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가 제공한 센터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개인상담, 진단 및 심리검사, 단체프로그램에 참석해 상담받은 공무원은 총 3만 4,039명이고 상담 건수는 총 3만 2,279건입니다. 상담 센터 개설 이래 역대 최다 인원, 최다 건수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과도한 업무에 내몰린 공무원들이 많아진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상담을 받지 못 하는 공무원이 더 많다는 겁니다. 어렵게 상담을 신청했더라도 업무로 인해 상담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상담을 받고 싶어도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려 '지금 신청해도 몇주 뒤에나 상담이 가능한 실정'입니다. 본래 상담이라는 것이 한 명을 하더라도 오래 걸리고 또 반복적으로 해야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지자체 및 소방청, 경찰청, 교정본부와 같은 부처는 자체적으로 소속 공무원에게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관련 예산을 늘린다는 대선 공약도 나온 상황이죠.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도 사람이다'라는 기본 명제를 모두가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