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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스낵개발팀 전우영 수석연구원(왼쪽)과 초콜릿개발팀 유인형 책임연구원. |
올해 1월 오리온이 꼬북칩 콘스프맛, 달콩인절미맛, 초코츄러스맛에 이어 또 하나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일명 'SNS 대란템', 없어서 못 판다는 꼬북칩 스윗바닐라맛이다.
정말로 불티나게 팔린다. 꼬북칩 초코츄러스맛과 스윗바닐라맛 출시 이후 주차별 회전율(제품 진열 이후 팔리는 속도를 측정한 지표)을 비교하면 스윗바닐라맛의 회전율이 최고 30% 더 높다. 급증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른 제품의 생산라인 기계까지 동원할 정도다.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내 핵심 부서인 스낵개발팀과 초콜릿개발팀이 이 과자를 '작정하고' 만들었다. 지난 20일 오리온 본사에서 스낵개발팀의 전우영 수석연구원(사진·49), 초콜릿개발팀의 유인형 책임연구원(사진, 54)을 만나 그 뒷얘기를 들어봤다. 전 연구원은 1998년 오리온에 입사해 예감, 고래밥, 오!감자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유 연구원은 1994년부터 초코파이, 초코송이의 글로벌 제품 품질 개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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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달달하지만 이것을 만드는 과정만큼은 '쓴 맛'의 연속이었다. 꼬북칩의 핵심인 네겹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면서도 바닐라맛 초콜릿의 깊은 맛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부터 개발까지 1년 반여의 과정이 고생길이었다.
유인형 책임연구원(이하 유) : 바닐라맛 초콜릿은 굉장히 다루기 힘든 원재료에요. 네겹 사이사이에 초콜릿을 잘 스며들게 한 뒤 곧바로 굳혀야 하죠. 오리온이 개발한 '급속냉각기술' 덕에 단계별 온도 조절이 가능했어요. 또 꼬북칩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과자 모양에 차이를 뒀어요. 바닐라 크림의 녹는점이 낮다 보니 기존 네겹을 유지하되 30%가량 틈새 간격을 높여야 가장 바삭해지더라고요.
전 : 300번 정도는 실패한 것 같아요. 처음 현장에서 제품을 딱 먹어봤는데 생각한 거랑 너무 달랐어요. 미세한 온도차로 완전히 다른 제품이 돼버린 거예요. '1도의 싸움'을 이어간 끝에 완벽한 맛과 식감이 나올 수 있었어요.
유 : 전국 핫플레이스를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만 수백 개를 먹었어요. 배탈이 나는 건 예사고 우리 팀원은 살이 5㎏이나 쪘어요. 맛이라는 게 사실 주관적이잖아요. 그래도 저희는 타협하지 않아요. 10명에게 테스트 하면 10명 전원이 맛있다고 할 때까지 발전시켜요.
두 팀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연구소 내에서도 최고라고 손꼽히는 스낵개발팀, 초콜릿개발팀이 모여 하나부터 열까지 손발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유 : 마냥 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스윗바닐라맛 자체가 오리온에게 정말 중요한 제품이었어요. 회사 전체의 역량을 집중한 핵심 제품이요. 다 같이 밤새우며 고생하는데 '니 것 내 것'의 개념이 의미가 없었어요.
어벤저스 팀이 합심해 만든 스윗바닐라맛의 소비자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초콜릿과 바삭한 식감에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미 품절, 또 품절이다.
전 : 수시로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소비자들의 후기를 살펴요. "인생 과자", "오리온 열일한다(열심히 일한다)", "개발자님 감사합니다" 이런 후기를 보면 그동안 고생했던 게 생각나면서 눈물나요. 출시 이전부터 내부 반응도 대박이었어요. 마케팅 본부장이 먹어보더니 "진짜 맛있다"고 문자를 보내주더라고요. 그때 저희 둘이 얼싸안고 뿌듯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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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개발 중에 수시로 아이들에게 과자를 가져다주며 테스트했어요. "아빠, 너무 달아" 혹은 "좀 더 바삭하게 해줘" 등 다양한 조언을 참고했죠. 저희는 오히려 맛에 무뎌지거나 편견을 가질 수 있는데 가족은 정확하고 냉정해요. 아무래도 아빠가 과자를 맛 없게 만들어서 회사에서 잘리면 안 되니까…(웃음). 심지어 저희 사장님도 손주들에게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아오셨어요.
현재 온라인과 SNS에서는 스윗바닐라맛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을 곁들이거나 우유에 말아먹는 등 방법이 제각각이다. 제품을 직접 개발한 두 연구원들은 어떻게 먹을까.
전 : 20~25도 정도 시원한 상온에 놓는 게 가장 맛있어요. 약간의 차가움과 함께 바삭한 식감까지 챙길 수 있죠. 완전히 얼려 먹어도 시원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저희가 기획했던 것만큼 바닐라맛이 극대화되진 않더라고요.
유 : 저는 그냥 다 맛있어요. (웃음) 냉장고에서 꺼내면 아이스크림 느낌이 나서 좋던데요. 반대로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것도 추천할 만해요.
스윗바닐라맛으로 또 한 번의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오리온 꼬북칩. 두 연구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 : 꼬북칩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힘이 있어요. 초코파이 연매출이 800억원 조금 넘는데 꼬북칩도 720억원에 가까워지고 있죠. 앞으로도 색다른
유 : '좋은 제품을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모토로 지금까지 달려왔어요. 정성껏 만든 과자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잖아요. 그걸 목표로 정진할 예정이에요.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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