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식품 자회사인 '효원'에서 썩은 배추와 무 등 불량재료로 김치를 제조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김치를 내다판 홈쇼핑 업체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비록 문제가 된 효원의 진천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는 아니지만 한성식품 김치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 사이 환불 문의 전화가 빗발쳐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쇼핑 업체 중 한성식품 김치를 파는 곳은 롯데홈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 등 3곳이 있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 22일 효원에서 만든 썩은 김치 영상이 공개된 이후 한성식품에서 만든 김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편성된 방송을 일괄 취소하거나 티커머스, 온라인 등을 통한 판매를 중단하는 식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홈쇼핑기업에서 일한 지 6년이 되는데, 회사 임직원이 잘못한 것 외에 판매 제품의 불미스러운 일로 이렇게 (소비자들) 전화가 빗발친 것은 처음 본다"며 "문제가 된 효원 제품은 판매하지도 않았지만, 기존에 판매한 한성식품 김치까지 환불 요구가 쏟아져 대책을 논의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세 업체 모두 현재 문제가 된 효원 진천 공장에서 제조한 김치는 팔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홈쇼핑업체들이 납품받은 김치는 한성식품의 부천, 서산, 정선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과 한성식품 측은 동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효원의 진천 공장에서 만든 김치의 70% 이상은 수출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효원 김순자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한성식품 김치로까지 소비자들의 불신은 빠르게 옮겨 붙고 있다. 한성식품 김치에 대한 반품이나 환불을 원하는 수요가 각 홈쇼핑 업체들로 쏟아지는 상황.
NS홈쇼핑 관계자는 "저희가 판매한 제품 자체는 한성식품의 정선공장의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워낙에 불안해하니 원하는 분들은 반품과 환불을 진행할 것이라고 이미 공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NS홈쇼핑은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당일에도 티커머스를 통해 한성식품 김치를 팔았다. 때문에 아직 출고가 되지 않은 물량 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를 하겠다고 알리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김치는 그야말로 주 먹거리여서 한번 불신이 생기면 정직한 다른 브랜드까지 피해를 함께 입어 우려가 된다"며 "먹거리 신뢰 부분은 굉장히 중요해 (홈쇼핑) 직원들이 식품 공장 현장에까지 가 지켜보는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썩은 김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한성식품은 23일 김순자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효원의 김치 제조 위생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게 골자다.
한성식품은 현재 법적 처분과 관계없이 해당 공장을 즉시 폐쇄하고 원인 규명에도 착수했다. 한성식품 측은 "썩거나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재료 손질 과정에서 전량 폐기해 완제품 김치에는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 주먹거리인 김치에 대한 신뢰를 깨뜨린 것을 두고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대 한 주부는 "중국의 알몸 김치 파문을 보며 한동안 김치를 입에 대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국산 김치는 괜찮겠지하며 먹었는데, 직원들마저 더럽다고 하는 김치를 나나 우리 아이들이 먹었을 수 있겠다 생각하
20대 직장인은 "문제가 된 김치는 대부분 수출용이라고 하던데, 수출하면 이런 김치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냐"며 "요즘 젊은 사람들 김치를 많이 사먹는데 이런 일이 생겨 먹거리 불안감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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