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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쉴더스 김윤호 전략사업그룹장(오른쪽)과 우아한형제들 김민수 서빙로봇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서빙 로봇 사업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쉴더스] |
대기업이 스타트업 판매망에 자사 제품을 끼워파는 사례(KT가 야놀자의 호텔 클라우드망에 자사 음성인식 스피커 AI기가지니를 파는 것)가 나타났다면, 이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유통망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가치 3조원으로 추정되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서빙로봇 '유통판매책'을 SK그룹 계열사인 SK쉴더스(기업가치 4조원 추정)가 맡게된 것이 단적인 예다. 웩더독(We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의 확산인 셈이다.
SK쉴더스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빙 로봇에 대한 국내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서빙로봇을 설치 및 관리하고, SK쉴더스는 유통판매책으로서 고객 영업을 담당하게 된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의 서빙로봇이 식당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면, SK쉴더스가 유통판매책이 되면서 앞으론 요식업만 아니라 비식당(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서빙이 필요한 의류매장) 등에도 퍼져나갈 수 있다.
SK쉴더스가 사이버보안뿐만 아니라 물리보안(CCTV 모니터링), 융합보안(에너지·건물 보안), 그리고 주차·무인·스마트홈·방역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판매책으로서 제격이었다는게 양사의 설명이다. SK쉴더스 박진효 대표는 "라이프 케어 전반에 걸쳐 로봇을 비롯한 기술 기반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우선 오는 3월에 출시되는 딜리S(가칭) 서빙로봇부터 본격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SK쉴더스의 보안 솔루션이 우아한형제들 서빙 로봇에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의 서빙로봇(딜리)은 중국산과 LG전자가 제조한 것이 혼재되어 있었는데, 중국산 비중이 절반 이상이어서 '데이터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SK쉴더스가 우아한형제들의 서빙로봇 유통판매책이 된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그렇다면 SK쉴더스의 보안 기술이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에 탑재되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는데, 양사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철저히 SK쉴더스는 '유통판매책'이며, 기술과 관련된 건은 우아한형제들이 담당한다. 스타트업 출신 유니콘이 된 우아한형제들이 자사가 부족한 유통판매책 부분만 SK쉴더스에 맡긴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신산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SK쉴더스 입장선 사업 영역이 확장되니 좋은 일이다. 대기업 계열사서의 '명분'보다는 사업확장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편입되는 것을 두고, '유연함'으로 해석해야지 '종속'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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