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지 열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21일)은 다른 회사 택배노조들까지 하루 경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부 김도형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1 】
김 기자, 전국택배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CJ대한통운 본사까지 점거한 배경을 다시 한번 짚어보죠.
【 기자 】
네, 2년 전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게 시작이었죠.
지난해 6월 정부 여당과 택배사·택배노조 등이 함께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했었는데요.
택배 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택배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하고, 이를 위해 택배요금 170원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사측이 택배요금을 올려놓고도 정작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쓰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점거 농성 중인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진경호 /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 "국민은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고 택배요금 인상에 동의해줬는데, 인상분의 거의 60~70%가 CJ(대한통운)의 추가 이윤으로 들어가는…, 터미널 가면요, 난방기 설치는 꿈도 못 꿔요."
【 질문 1-2 】
그러면 택배노조 측의 요구 사항은 뭔가요?
【 기자 】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CJ대한통운 경영진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게 하나입니다.
또 국토교통부를 통해서 택배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쓰였는지 같이 검증을 받아보자는 거죠.
【 질문 2-1 】
그렇군요. 택배요금을 올린 CJ대한통운은 어떤 입장인가요?
【 기자 】
네, CJ대한통운도 강경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올린 택배요금의 절반 정도는 이미 택배기사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합니다.
택배는 허브터미널로, 다시 지역터미널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물을 옮기는 간선 기사들과 분류 인력들도 비용이 들어가죠.
나머지 인상분은 이런 인건비와 회사의 영업이익 일부로 돌아간다는 설명입니다.
【 질문 2-2 】
사측이 노조랑 만나서 대화하는 건 어렵지 않아보이기도 하는데, 어떤가요?
【 기자 】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택배사 계약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다시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즉,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를 빼고 노조와 직접 교섭을 하게 되면 하도급법 위반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국토교통부 검증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미 회계 감사를 받고 공시까지 했는데, 다시 회계 검증을 받는 일은 어느 회사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질문 3-1 】
그런데 궁금한게, 이 민주노총 택배노조원들은 몇 명이 있는 거죠?
【 기자 】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전체 2만 명이 조금 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인원은 대략 2천여 명 안팎으로 전해집니다.
전체 택배기사의 7~10% 내외 정도로 추산됩니다.
【 질문 3-2 】
그러면 나머지 택배 기사들, 그러니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택배기사들은 현장 업무를 하고 있을 거잖아요? 이 분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죠?
【 기자 】
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당장 노조 소속 택배기사가 많은 대리점은 고통을 호소합니다.
경기 성남이나 창원, 울산 지역 등은 곳곳에서 배송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 인터뷰(☎) : CJ대한통운 대리점 사장
- "(전체 택배기사) 73명 중 5명만 비조합원이라서, 5명 물량만 배송되고 전체 물량은 안 되고 있고요."
이는 다른 택배 기사들의 생계마저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업 기사가 몰려 있는 지역은 배송이 어렵다보니, 대량으로 물건을 보내는 고객은 다른 택배회사를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슬기 /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
- "거래처는 저번보다 더 많이 날아가서 이제는 정말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택배 노조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일감 없는 삶이 진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노노 갈등도 심각해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업무를 막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었는데요.
비노조 연합은 오늘 본사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여야에 성명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 질문 4 】
정부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진 않을 거 같은데요. 중재 노력을 하고 있긴 하나요?
【 기자 】
네, 주무 부서는 국토교통부인데요.
노사간 문제라고 보고 개입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요금 인상분을 어떻게 배분할지까지 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경영의 영역이라는 건데요.
국토부는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죠.
다만 당시 국토부는 "분류인력의 안정적 수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는데요.
CJ대한통운 측은 "업계 대비 분류 업무 자동화가 가장 잘 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노조는 점검 결과가 맞지 않다, 현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정부는 한 발 빼고 있고, 노사 입장 차가 워낙 커 갈등을 봉합하기가 상당히 어려워보이네요.
소비자가 외면하면 노사 모두 피해만 입게 될텐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취재 : 조영민 기자·김형균 VJ
영상편집 :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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