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중 갈등과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등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은 못 하는 상황이지만 '팀 갤럭시' 등 최소한 운영으로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최민정 선수는 최근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갤럭시S22 체험 사진을 올렸다.
이들이 올린 사진은 베이징 선수촌 내 체험공간 '삼성 선수 라운지'에서 찍은 것이다. 황대헌은 갤럭시S22 울트라를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흐르는 대로 그렇지만 방향은 내 마음대로'라는 문구를 올렸다. 최민정은 남은 경기 일정 '3000m Relay(계주), 1500m'라는 글에 갤럭시 S22+(플러스)를 체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나도 사고 싶다" "최민정이 써봤다고? 그럼 나도 살거다" "선수들도 예쁘고 폰도 너무 예쁘다" "빨리 사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S22를 공개했다. 이루 베이징 선수촌에서 신제품 체험행사를 열고 있다. 갤럭시S22 시리즈 공식 출시는 오는 25일이며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4일부터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올림픽에서 '팀 갤럭시'를 운영 중이다. 팀 갤럭시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됐으며, 각종 갤럭시 기기들을 올림픽 기간 착용하면서 삼성 제품을 홍보한다. 이번 올림픽에선 황대헌, 최민정 선수 등 세계 각국 선수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최민정은 경기에 앞서 몸을 풀 때마다 삼성전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3일 최민정은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결승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는데 그의 귀에는 갤럭시버즈2로 추정되는 무선 이어폰이 착용돼 있다. 그는 앞서 여자 500m 예선전 몸풀기 영상에서도 갤럭시버즈2를 착용 후 훈련을 참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민정이 착용한 갤럭시버즈2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Z플립3 베이징 올림픽 에디션의 패키지 제품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 선수촌에서 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갤럭시Z플립3 올림픽 에디션을 지급했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갤럭시워치4를 착용한 사진이 언론사 카메라에 등장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경 손목에 갤럭시워치4가 착용됐었다. 갤럭시워치4는 다음달 삼성전자 갤럭시언팩 2021을 통해 공개될 예정으로 실물이 포착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김연경 선수 역시 당시 '팀 갤럭시' 일원 중 하나였다.
김연경 효과를 통해 삼성 스마트워치 점유율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2021년 7~9월) 전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14.4%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9.9%) 대비 4.5%포인트 오르며 화웨이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애플은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 21.8%로 3분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해(28.0%)에 비해 6.2%포인트 줄어들며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후원사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홍보를 삼가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 상황과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 영향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번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자동차와 TV 부문 공식 후원사인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자국에서 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전혀 선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도 그간 동계올림픽마다 한정판 패키지 제품을 내놓고 대규모 TV 광고를 선보였지만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글로벌 캠페인을 전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홍보 활동을 최소화하고 후원사로서 무선, 컴퓨팅 분야 등의 기본적인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 별도의 홍보 활동은 물론 보도자료, 뉴스룸 홈페이지 등에서도 이번 올림픽과 관련된 언급은 지금까지 없는 상태다. 삼성 글로벌 홈페이지에 갤럭시Z플립3 베이징올림픽 에디션이 소개된 것이 고작이다. 특히 각종 편파 판정 논란 등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더욱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계약을 통해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 '톱TOP' 기업을 분야별로 1곳을 선정해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 컴퓨팅 분야 공식 후원사로 톱 13개 기업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최고 등급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4년마다 1억달러(약 1200억원)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파트너로 올림픽과 첫 연을 맺은 삼성전자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올림픽 후원 계약을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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