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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세종기지 설립 이래 최고 기온이 지난 7일(현지시간) 관측됐다. 지난 13일 세종기지 인근 지역에서 얼음이 녹은 땅에 좀새풀이 자라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상종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17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7일 18시 26분(현지시간) 남극 세종기지 기온은 13.9도로 관측됐다. 이는 지난 1988년 우리나라에서 남극에 세종기지를 만들고 기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최고기온은 2004년 1월 24일 측정된 13.2도다.
극지연구소는 기후 변화로 칠레 남쪽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따뜻한 바람이 북풍을 타고 남극으로 직접적으로 유입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13.9도가 남극에서 관측된 최고 기온은 아니다. 지난 2020년 2월 스페인의 에스페란자 기지에서는 18.3도가 관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 기지의 경우 지형적인 요인으로 인해 고온 현상이 발생한 데 비해, 세종기지는 바다로만 둘러싸여 있어 지형과 관계없이 고온이 관측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장은 "고온의 바람이 대관령에서 내려오며 영서 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처럼, 에스페란자 기지에서 고온이 관측된 것 역시 푄 현상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형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온도가 높아지며 기존의 세종기지 최고기온이 바뀌었다는 게 이번 관측의 의미"라고 전했다.
남극 기온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산호섬 등이 침수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지난 2017년 라르센 빙붕에서 떨어져나온 빙하는 바다를 표류하다 이탈 지점에서 4000km 떨어진 지점에서 소멸했다. 이로 인해 수영장 6000만개 분량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됐다.
다 녹을 경우 지구에 재앙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둠스데이'로 불리는 빙하 스웨이츠에서도 사방으로 뻗은 균열이 발견됐다. 향후 3~5년 내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빙하의 크기는 한반도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다 녹아내릴 경우 해수면이 3m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녹아내려 바다에 유입된 빙하는 단기적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을 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종성 POSTECH 환경공학과 교수는 "빙하가 녹으며 남극해에 유입된 담수가 적도에 있는 열대수렴대를 북쪽으로 올리게 된다"며 "전 세계의 온도는 낮추지만 동아시아 근처 해양의 온도는 높인다. 해양 생태
그는 또 "이제까지 남극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올라갔다. 아직 올라갈 여지가 많은 것"이라며 "빙하가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녹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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