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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편의점 업계가 자가검사키트 판매를 본격화한 건 지난 15일이다. CU와 GS25가 래피젠 제품 100만개, 80만개를 각각 확보한 뒤 가장 먼저 판매에 들어갔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미니스톱도 곧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취급 방식이다.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대용량 제품(20개 또는 25개입)을 판매처에 우선 공급하도록 했다. 이를 소분·판매하는 과정에서 비위생 논란이 불거진 것.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가검사키트를 소분·판매하는 방식은 편의점마다 다르다. 일부 편의점은 본사가 직접 소분해 각 점포로 배송하고 있고, 일부는 본사가 대용량 제품을 전달하면 각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1개·2개·5개 등 임의로 재포장해 판매 중이다.
후자의 경우 본사에서 자가검사키트와 더불어 위생장갑과 비닐팩 등을 제공하지만, 대부분 편의점에 의료기기 취급을 위한 별도 공간은 없다. 또 일부 점포의 경우 전용 비닐팩 등을 전달받지 못해 점주가 직접 임의로 포장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소분 행위인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의료업계 종사자들 판단은 다르다. 의료기기 판매업 허가 여부도 따지지 않고 있어 자가진단키트의 오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2일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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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그러면서 "아르바이트 인력이 대부분 근무하는 환경에서 3등급 의료기기 포장을 뜯고 손을 데서 혼합 판매하도록 한다는 조치는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로서는 상상할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발상"이라며 정부에 해당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경기도 성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60대 약사 A씨는 "소분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어디서 소분하느냐가 문제"라며 "최소한 멸균 시설에서 의료 전문가에 준하는 사람이 관리·감독을 꼭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편의점 내 자가검사키트 소분을 놓고 위생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0대 직장인 B씨는 "소분을 굳이 전문가가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위생적인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업무를 보다가 소분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찜찜하다"고 말했다.
다만 편의점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의 한 40대 편의점 점주는 "약국에서도 약사가 아닌 사람이 조제하면 논란이 되지 않느냐"며 "우리가 이걸 해도 되는가 싶다가도 방침이니
인근 다른 편의점의 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소분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거나, 수술방 같은 위생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점포 안쪽에 직원용 공간을 깨끗이 치우고 본사에서 지침 내려온 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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