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수사 우려하는 재계…안전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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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해운 운임 담합 사건의 심판 결과에 대해 발표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공정위 심판정에 직접 출석했습니다. 출석 의무가 없었지만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인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었죠. 기업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경제 검찰', '재계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공정위는 시장 질서 확립, 경쟁 촉진을 위해 부당 공동행위와 독점력 남용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고 시정을 명령하는 기관입니다. 공정위는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게 처벌의 종류인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 과징금 부과는 법원의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도별로 과징금 부과액 편차가 있긴하지만 2020년에는 총 110건, 3,80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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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현황 / 사진 = 감사원의 공정거래위원회 정기감사 보고서 (2021년 11월) 본문에서 캡쳐 |
또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6개 법(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위반 사건은 오직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무분별한 고발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동시에 현재 공정위의 독점적 지위를 키워주게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공정위의 업무 집행에 대한 객관성,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어왔습니다. 먼저 공정위 전원회의(1심 재판정과 같은 곳)에서 검사의 역할은 공정위 심사관이, 판사의 역할은 공정위 위원 및 각 위원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가 공정위 소속이라는 점에서 상호 비판과 견제가 어렵다는 겁니다. 또 검찰 고발은 제외하고 과징금 부과만 하는 등의 '기업 봐주기'를 했다는 논란과 비판도 있었습니다.
정치권도 나섰습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기국회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과거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새로운 이슈는 아닙니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 2018년 여당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실제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전제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었죠. 하지만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검찰 권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여당 내 의견이 대두되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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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8월 21일,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전제로 업무협약(MOU)을 체결 뒤 나가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공정위 내부는 난감한 분위기입니다. 전속고발권 폐지 이슈 다시 나오자 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한 만큼, 대선 이후 공정위 권한 축소 방향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뀔까요? 지난 2018년 이뤄진 공정위-법무부 간 MOU 내용이 참고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공정위에 신고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재빠른 수사가 필요한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도 포함)과 시장경제 피해가 큰 입찰 담합 사건은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이후 과징금 등 행정제재는 공정위가 하기로 한 것이죠. 또 공정위가 가지고 있는 권한 일부를 지자체가 위임 받는 등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안병욱 기자 / ob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