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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주형 기자] |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시간 기준 191만4440원으로, 만약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되지 못하면 남궁 내정자의 연봉은 약 2297만원이 된다. 그동안 억대연봉을 받아온 IT회사 대표로서는 상당히 낮은 급여 수준이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 급여 약 4억원, 상여 약 9억원 등 13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급여 8200만원을 포함해 18억원을 수령했다.
남궁 내정자는 최저임금 외에도 "(제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스톡옵션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남궁 내정자의 스톡옵션 행사가가 15만원에 설정된다면 회사 주식이 15만원 아래일 경우 사실상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어 그 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남궁 내정자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 크루(직원)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그간 회사 이미지가 실추된데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임원진 일부가 회사 상장 한 달만에 스톡옵션을 대량 행사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기는 사건으로 카카오 주가마저 고꾸라진 상황이라 신임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은 직원들에게 힘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궁 내정자는 지난달 20일 카카오 대표이사 선임 발표 이후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10여 개의 글을 올리며 직원들과의 스킨십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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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카카오] |
지난해 성과급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연봉을 전부 반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고, 2015년엔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릴레이 연봉 반납이 이어져 회사에 20~30%씩 연봉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취업경기가 어렵자 CEO들의 연봉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기 위한 행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아시아나항공 임원진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전원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를 30% 반납하기도 했다.
기업의 선봉장들의 이 같은 결단은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연봉 반납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대안이 따라 나와야 효과가 크다. SK하이닉스가 보상체계를 바꾼 데 이어 올해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해 직원들 달래기에 성공적이었단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 역시 남궁 내정자 발언 다음날인 11일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놨다. 올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카카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이중 5%를 현금배당하기로 한 것. 10~25%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한다. 같은 기간, 최소한의 기본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회사 성장에 따라 추가 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앞서 카카오의 '알짜 사업'을 쪼개 IPO를 함으로써 카카오 주식 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앞으로 본사에서 잘 운영하는 주요 사업의 물적분할은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4400원(5.04%) 뛴 9만1700원에 마감했다. 15만원이 되려면 약 64%가 더 올라야 하지만
증권가의 카카오 목표주가는 13만~19만원 수준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주가가 25% 넘게 빠지면서 지난달 증권사들이 앞다퉈 카카오 목표주가를 최대 21.2% 내렸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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