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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숙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비만클리닉을 찾은 환자에게 인바디검사(체지방측정)를 시행하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살빼기)를 결심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비만클리닉을 운영 중인 윤영숙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무리한 계획'을 첫 번째로 꼽았다. 엄격한 잣대와 지나친 목표가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것. 대부분 달성 기간은 짧게, 감량 목표는 높게 잡는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현재 상태보다 과도한 절식과 운동량 계획한다. 예를 들면, '한 달에 몸무게 20% 감량하겠다', '1끼에 2그릇 식사량을 1/2로 줄이겠다',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하루에 2~3시간 이상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높은 목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에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윤영숙 교수는 다이어트 시작 전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① 변화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준비가 되었는가?② 체중을 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동기가 확실할수록 의지도 충만해진다.③ 적절한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세웠는가?④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체중 감량 방법을 수립했는가?⑤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 방법을 세웠는가?
윤 교수는 "한 달에 1~4kg의 체중감량과 6주 후 5% 감소를 단기 목표로, 10% 체중 감량을 6~12개월 중기 목표로, 이후 체중 유지를 장기목표로 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체중 감량 방법은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기한에 따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측정 가능한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도비만인 사람은 비만 치료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만진료지침(대한비만학회 비만진료지침, 2020)에 따르면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식사치료와 운동치료, 행동 치료다. 약물치료는 이들과 함께 시행하는 부가적인 치료 방법이다. 보통 체중 조절 약은 체질량지수 25kg/㎡이상인 사람에게 처방한다. 체중조절 약을 선택할 때 기본 원칙은 장기간 사용이 허가된 약을 사용해야 한다.
체중조절 약에는 △식욕억제제 △지방분해효소 억제제 △글루카곤양펩티드(GLP-1) 수용체 촉진제가 있다. 식욕억제제는 뇌에 작용해 덜 배고프고 포만감을 높여준다. 지방분해효소 억제제는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이 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글루카곤양펩티드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유발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약제별로 효과와 부작용, 금기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 맞는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영숙 일산백병원 교수는 "약물 치료 후 3개월 이내에 5% 이상 체중 감량이 없으면 무반응 자로 판단하고 치료를 중단할 것을 권한다. 체중조절 약은 장기적인 사용이 필요하므로 약제의 작용, 용량 및 부작용에 대한 의학적 감시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 보조제를 비만 치료약으로 혼동하는 분들도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처럼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필요시 섭취하는 것이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공액리놀렌산 △녹차 추출물 △키토산 △L-카르니틴 △보이차 추출물 등 다양한 시판 제품들이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되는 식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약한 대신 효과도 약하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고려해 복용해야 한다.
다이어트의 최대 적은 '요요'다. 요요현상은 체중의 감소와 증가가 반복되는 체중 순환(weight cycling)을 의미한다.
단식이나 과도한 칼로리 제한, 운동 부족과 같은 부적절한 체중 감량 방법을 사용할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 초기에 빠른 체중 감량이 일어나면 근육량이 빠르게 감소한다. 이와 함께 신진대사가 느려지게 되고, 기초대사량도 감소한다. 이때 평소와 같이 먹게 되면서 요요가 오는 것이다.
요요 현상을 최소화하려면, 칼로리 제한 식사를 할 때에도 단백질, 수분, 야채 섭취 등 영양 균형을 잘 맞춰 먹어야 한다. 신체 활동은 가능한 많이 늘려주는 것이 좋다.
요요를 피하고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위한 권고 사항은 △ 체지방 감소 및 근육량 유지하기 △ 식사 섭취량 줄이기(저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먹고, 고칼로리 및 지방 음식 피하기) △식사 거르지 않기 △규칙적인 운동하기(첫 6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하기) △자가 모니터링 하기(식사 일기 활용) △의사와 영양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기 등이다.
윤영숙 교수는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생활습관 교정을 멈추는 것은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고, 재발은 당연히 예견되어 진다. 생활 습관 개선의 기본 원칙은 더 많이 움직이고 덜 먹는 것이고, 이것이 지속되어야 체중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증가한다. 반대로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렙틴'분비는 감소한다. 또 수면 부족인 사람은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고, 당대사에 영향을 주어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미국 펜실베이니어 주립대 연구에서 하루 6시간보다 적게 자면 그렐린이 증가하고, 렙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에서는 잠이 부족했을 때 초콜릿과 감자칩과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것은 체중관리에 중요하다. 윤영숙 교수는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자기 전에 야식을 먹는다거나 식사를 거르고, 간식을 자주 섭취하는 등 식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면 시간이 일정해야 기상 후 식사 및 전반적인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에 체중관리에 있어서도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 식단 관리때 흔히 하는 실수들이 있다.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잘못 알고 마음껏 먹는다. 과일이나, 견과류, 감자, 고구마, 식물성 기름이 대표적이다. 또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음식은 '갈비탕, 도가니탕, 설렁탕, 치즈, 요구르트'등이 있다. 마요네즈, 고추장, 샐러드 소스도 칼로리가 높다. 음료수나 술과 같이 포만감은 적거나 칼로리가 낮다고 생각해 많은 먹는 경향도 있어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주의해서 섭취해야 하는 음식들이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대부분 양이 작고 영양적으로 해로운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게 되면 칼로리 과잉이 쉽게 발생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못 먹는 음식은 없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도 정해진 총 칼로리 내에서 잘 배분해 먹는다면 섭취가 가능하다. 그러나 영양적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칼로리를 낮추기 어려운 점 때문에 다이어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첫째, 식사 관리, 운동 관리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한 환자=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나는 평소에 밥도 많이 안 먹고, 진짜 먹는 게 없는데 살이 안 빠져'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물론 이 말이 사실인 사람도 있지만, 조사해보면 대부분 밥 대신 고칼로리의 다른 음식들을 먹고 있는 경우를 많이 발견한다.
둘째, 건강문제가 동반된 비만 환자= 전체 비만 인구의 약 40%는 대사 이상이 없는 비만이다. 거꾸로 말하면 나머지 60%는 체중으로 인해 파생된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비만 환자는 비만 자체도 문제이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심·뇌혈관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분들에게는 비만클리닉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운동이나 식단 관리를 하려고 해도 자꾸 실패하는 비만 환자= 이런 사람들을 무조건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면 안된다. 유전적인 경향이 있어 동일한 식사량에도 체중이 더 잘 느는 사람도 있다. 식욕이 풍부해 식사량을 감소했을 때 더욱 더 허기를 느껴 폭식의 위험이 큰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실패 요인을 찾고, 부가적인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윤영숙 교수는 "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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