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넘쳤다. 도회적인 외모와 큰 키 덕분에 뭘 걸치고 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는 올해로 15년차 쇼호스트인 전고운(38·사진)씨다. 롯데홈쇼핑에서 프라다 가방, 버버리 패딩 등 주요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파는 '럭셔리메이트'를 진행 중인 그는 "백화점가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다"고 자부했다.
롯데홈쇼핑 1기 쇼호스트이기도 한 전씨는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쭉 명품, 패션, 잡화만을 맡아왔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전씨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요즘 홈쇼핑에서도 명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했다. 지난해 6~12월 주문 금액만 1100억원에 이른다. 광클절 방송에서는 구찌, 프라다 등 명품 의류 잡화를 단 2시간 동안 36억원어치 팔았다.
"200~300만원대 고가 제품들이 굉장히 빨리 매진돼요. 요즘 백화점은 줄 서기 바빠서 여유로운 명품 쇼핑이 불가능하잖아요. 홈쇼핑은 제품 특징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고 반품도 쉬우니 4050은 물론 2030세대 매출까지 많이 늘었어요."
"우리는 정지돼 있는 사진이 아니라 쉼 없이 움직여요. 바로TV톡을 통해 시청자 요구사항을 재빨리 들어주죠. '가방 오른쪽으로 들어주세요', '내부 좀 보여주세요' 등 궁금증을 즉각 해소해주니 구매 실패 확률이 낮고, 배송이 빨라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요."
그는 최고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 판매도 고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홈쇼핑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속속 입점되고 있어요. 언젠가 에루샤가 입점된다면 제가 럭셔리메이트를 통해 가장 먼저 팔고 싶어요."
전 쇼호스트는 일반 명품 외 조르쥬레쉬, LBL, 폴앤조 등 롯데홈쇼핑의 단독 패션브랜드 역시 맡고 있다. 최근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자체 패션브랜드 키우기에 한창인데, 롯데홈쇼핑 역시 적극적이다.
"저희 자체 브랜드는 소재에서 강점을 가져요.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비버 소재로 만든 니트, 최상급 친칠라 소재를 사용한 명품 코트 등이 잘 나갔죠. 과거엔 무조건 저렴한 다종구성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고급화 전략이 잘 통해요."
전 쇼호스트는 오랫동안 방송을 해서 그런지 "기본 텐션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한 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인터뷰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 시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삶이죠. 힘들지만 좋은 점도 많아요. 생각이 고여있기보다는 계속 트렌디하게 지낼 수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늙어가는 기분이랄까요."
"고정 프로그램이 있다 보니 놓기 쉽지 않았어요. 임신 8개월 차엔 청바지 지퍼가 안 잠겨서 풀고 진행했죠. 첫째, 둘째 아이 모두 낳고선 100일 만에 복귀했어요. 워낙 책임감이 남다른 데다 방송이 체질이에요. 다만 제가 기준이 될까봐 후배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는 지금도 방송과 육아를 병행한다. "충전할 시간이 없다는 게 고충이에요. 온·오프를 확실히 해야 하는데 그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랑 지지고 볶다 보면 방송이 오히려 힐링일 때도 있고,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아이들이 저를 반겨주면 또 다른 행복이 느껴지고 그래요"라며 웃었다.
롯데홈쇼핑 공채 1기 쇼호스트라는 자부심이 컸다. "쇼호스트뿐 아니라 MD, PD, 카메라 감독까지 모두 한 팀으로 움직여요. 다들 밤낮으로 일하면서 피곤할 텐데도 으쌰으쌰 하는 에너지가 있어요.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 늘 자랑스러워요."
그저 방송과 패션이 좋아서 달려온지 어언 15년. 이제는 후배들도 제법 많이 생겼다. 전 쇼호스트는 이들을 향해 쇼호스트는 일희일비하면 안 되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매출이 잘 나온다고 과하게 고조될 필요가 없고, 반대로 너무 안 나온다고 의기소침해질 필요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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