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취임을 앞둔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확고히 했다. 앞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 임원이 스톡옵션을 대량 매도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논란이 일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궁 내정자는 10일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제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겠다"며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면서 "물론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제 의지와 목표의식을 설정하고 공유드리는 덴 쉽고 명료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10원이다.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남궁 내정자는 올해 209시간 기준 2297만원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궁 내정자가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 급여와 상여 등을 포함해 총 13억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8억4700만원을 수령했다.
앞서 남궁 내정자는 CJ인터넷, 위메이드 시절에도 자사주 매입 등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왔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에 좀 더 마음과 의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상의했다"면서 "크루(카카오 임직원), 사회, 주주들에게 의지를 보여주자란 결론을 내 우선적으로 주가 15만원 회복이란 목표를 잡았다"고 배경을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17만원을 넘었던 카카오 주가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비롯 갖은 악재로 전일 종가 8만6100원을 기록해 반토막이 났다. 이날 오후 1시44분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600원(0.70%) 오른 8만6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래는 남궁 내정자가 올린 글 전문이다.
2022년 1월 20일 카카오 대표이사에 내정된 첫날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위기 상황의 카카오를 내가 잘 회복시킬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두려움을 세상은 모르는지 여기 저기에서 축하 인사가 쇄도하여 감사 인사를 드리며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저녁 크루 여러분들과 소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소의 의무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여러분들과의 소통은 묘한 감동을 주었고, 아직 카카오를 사랑하는 많은 크루분들이 계시다는 생각에 저 또한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강하게 일었고, 전날 받았던 그 어느 축하 연락보다도 저에게는 큰 응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흥분 속에서 금요일 밤을 모처럼 뜨겁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애정의 온기가 다음날까지도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고, 저에게는 큰 동기 부여로 다가와 카카오에 좀 더 마음과 의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브라이언과 상의하게 되었습니다.
심플한 키워드로 크루, 사회, 주주들에게 의지를 보여주자는 결론을 내었고 우선적으로 주가 15만원 회복이라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아래와 같이 제 보상과 연계하여, 목표의식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1. 카카오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제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며,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2.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드렸습니다.
물론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만 제 의지와 목표의식을 설정하고 공유드리는데는 쉽고, 명료한 잣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임기 동안의
보상은 주가와 연동하여 이제 크루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가 되어 여러분들의 도움과 지지가 진정으로 필요합니다.
카카오의 대표이사로서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다시 우리 카카오가 사회, 주주, 크루 여러분들께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