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기업규제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자산 분배의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차기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과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한다"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한국경제학회의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팬데믹으로 자영업자와 서민의 고통이 커졌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경제활력은 떨어지고 있으며 노인의 빈곤율은 높고 청년들은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신봉하고 효과가 불확실한 정책을 최선인 것처럼 내세우기도 한다"면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경제전문가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이 회장은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요인들로 인해 총체적 난국이라는 암울한 평가를 내렸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는 꺾이고 있고, 다음달 치뤄질 대통령 선거와 이후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오리무중' 상태라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간 대립의 격화 속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으로 지정학적 위험도 높아졌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경우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어 국내 소비와 투자는 물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내놓으면서 연초 높은 물가 오름세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는 "무엇보다 경제 안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의 운용이 중요하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노동·금융·교육·정치 등 낙후한 분야의 제도를 개혁해야 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 투자를 해야하고 저소득·취약계층의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인적자본 형성을 돕는 정책은 경제 성장뿐 아니라 불평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여야 대선후보들이 '조'단위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산업을 지원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한편, 민간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세금은 줄여야 한다"면서 경제위기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긍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의 선심성 공약이 많아지면 정부부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8년 40%에서 2021년 51%로 가파르게 오르고, 2026년에는 67%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2040년에 정부부채가 GDP의 100%를 넘고 2060년에는 159%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회장은 "어느 순간 국내외 투자자가 정부의 부채상환능력을 우려해서 국공채 구매를 꺼리게 되면 이자율이 오르고 채무 부담이 커진다"면서 "한국의 외환·금융 시장은 외화 유출입에 취약해 외화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국가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오는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재정 지출의 효율을 높이고 중장기 재정지속성을 위한 대책을 만들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면서 "임기중 세입을 확충하고 연금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언급한 '경제학자들이 치과의사만큼만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를 인용하며, 올해 국내 경제학자들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사회 현상은 치아보다 훨씬 복잡하고 계속 변화하며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학자가 치과의사만큼 유용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향후 경제학회 활동과 관련해서는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한국경영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정치학회와 공동으로 4개 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