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VS 스티그마 대결 결론은?
"집값 너무 올라 정든 동네 떠난다" "추경 증액에 국고채 금리 급등" "한국 부동산세금 OECD 최고"
오늘(9일) 조간 신문 1면에 등장한 경제 기사들입니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그렇게 긍정적인 내용은 아닐 것 같죠?
연일 신문과 방송 경제 뉴스가 어두운 소식이 이어지면 앞으로 경제 상황이 썩 좋아보이지 않게 되고 내 생각이 맞을까 싶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눠 봐도 다들 비슷한 뉴스를 접한 상황이니 지금은 투자나 지출을 할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와 반대로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수출 사상 최대니 소비 심리 회복이니 등등 좋은 뉴스가 나오면 정 반대의 공감대가 형성되겠죠.
경제 용어 중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스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을 만들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피그말리온은 이 조각상에 푹 빠져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됩니다. 간절한 그 사랑에 감복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피그말리온은 여성이 된 '갈라테이아'와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라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간절히 바라거나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이뤄진다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는데요. 경제도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실제 투자나 소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정반대를 '스티그마 효과'라고 합니다. 낙인 효과라고도 불리는데, 한 번 찍히면 점점 더 부정적으로 흘러간다는 내용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거야 혹은 장사가 안 될거야 등등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면 실제 경기가 침체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인 경제 주체들의 현재 분위기가 앞으로 경제 상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동안은 '소비자 심리지수'를 측정해 발표해 왔습니다. 설문조사를 해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 같냐? 나빠질 것 같냐?를 숫자로 변환해 100 초과면 좋아진다고 100 미만이면 나빠진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해석했죠.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심리가 주로 경제 뉴스 분위기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고 한국은행이 좀 더 원초적인 지수를 개발했는데요.
아예 경제뉴스를 분석해서 지수화 하자는 겁니다. 특히 설문조사처럼 번거로운 과정 없이 인터넷 상에 나온 경제 뉴스를 수집해서 긍정적인 뉴스가 많은지 부정적인 뉴스가 많은지 금새 통계를 낼 수 있으니 월간이 아닌 주간 발표도 가능하죠. 그만큼 좀 더 빨리 현재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다는게 한국은행 설명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해 2005년부터 작성된 50여 개 언론사의 경제 분야 기사에서 표본 문장을 매일 1만 개씩 무작위로 뽑은 뒤 긍정, 부정, 중립의 감성을 기계학습 방식으로 분류하고, 각 문장 수의 차이를 계산해서 지수화 했다고 합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이 실제로 이 지수를 시뮬레이션 해보니 소비자심리지수, 선행종합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에 1~2개월 앞서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아래 그림에서도 상당히 비슷하게 움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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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경제뉴스를
그런데 주식투자자들에게 내려오는 격언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문 1면에 증시 폭락, 방송국 첫 뉴스가 주가 폭락이면 그 때가 주식을 살 때고 그 반대면 팔 때라고요. 잘 맞아도 뉴스는 참고용이라는 사실은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김성철 fola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