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남양연구소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위원회는 현대차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비롯해 故 이찬희 현대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 사망과 관련된 진상조사에도 나선다.
남양연구소 조직문화개선위원회(개선위원회)는 9일 오전 현대차 남양연구소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활동 개시를 알렸다. 유성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등 3명으로 이루어진 개선위원회는 이달 24일까지 남양연구소 발전을 위한 개선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9월 현대차 디자인센터에 재직 중이던 이 책임연구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이 책임연구원이 직장내 괴롭힘은 물론 상사의 폭언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차는 "직원의 사망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지만 현대차의 조직 문화와 시스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 인사에서 당시 이 책임연구원의 상사가 부사장으로 진급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직원 60여 명이 가면을 쓰고 이 책임연구원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현대차에서 생산직이 아닌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오프라인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결국 박정국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1일 이에 대해 사과하고 연구소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의 상사였던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도 지난 4일 유가족과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의 조사라도 응해 이 책임연구원의 사망과 관련한 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응분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이에 따른 처벌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근로복지공단은 이 책임의 사망과 업무 연관성이 낮다고 보고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개선위원회는 e메일을 통해 "위원회는 법무법인 화우의 추천을 받아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하였다"며 "이에 따라 2022년 1월 28일 개선위원회는 현대차의 위임을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화우의 추천을 받았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현대차로부터 독립하여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천을 한 법무법인과도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개선위원회는 24일 이전까지 익명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등을 진행한다. 익명 설문조사는 전문적인 설문조사 업체를 통해 실시하며 심층 인터뷰는 무작위로 50명의 임직원을 선택해 진행된다. 또한 개선위는 이 책임연구원의 사망과 관련해
이 책임연구원의 유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낼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개선위원회의 활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후 소송 과정에서 개선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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