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 막으려면 사전 검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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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101타워 캐릭터 damper baby / 사진 = 안병욱 기자 |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는 509.2m의 빌딩이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01타워죠. 101타워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빌딩의 중심무게를 잡아 진동을 제어하는 600톤의 동그란 '추'와 숫자 '101'을 형상화한 캐릭터 'damper baby'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특징을 캐릭터화한다니 참 놀라운 상상력이죠.
캐릭터가 주는 힘은 큽니다. 캐릭터를 활용해 새로 나온 제품,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홍보하는 캐릭터 마케팅은 이미 예전부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캐릭터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매출 상승까지 이끄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친숙하게 사용하는 SNS 카카오톡이 대세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양한 감정을 글자 대신 전할 수 있는 이모티콘 캐릭터의 인기를 빼놓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곳곳에 위치한 캐릭터 오프라인 샵에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다른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까지 하면서 한해에 1천억 이상을 버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습니다.
정부부처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체 캐릭터, 마스코트 개발을 통해 국민들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고 정책과 추진 사업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공공캐릭터가 등장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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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 캐릭터 해랑이 / 사진 =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서 캡쳐 |
해양수산부의 캐릭터는 '해랑이'입니다. 2019년 초에 도입됐는데 바다를 의미하는 푸른 몸통에 하얗고 동그란 얼굴, 그리고 파도와 물결을 형상화한 머릿결이 특징입니다. 인형, 네임택 등 여러 굿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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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캐릭터 모티 /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블로그에서 캡쳐 |
산업통상자원부의 캐릭터는 '모티'입니다. 과거 지식경제부 시절 '노잉'(지식의 날개, knowledge와 wing을 합친 이름)이라 불렸던 캐릭터인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영어명칭인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의 앞글자를 따 새로 명명했습니다. 귀 부분의 날개 모양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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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 캐릭터 토토와 통통 / 사진 =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캡쳐 |
국토교통부의 캐릭터는 '토토와 통통'입니다. 연두색 토토는 머리 위에 우리나라 국토를 뜻하는 산 모양, 파란색 통통은 머리 위에 교통의 이미지를 뜻하는 뿔을 달고 있습니다. 이름도 국토의 '토'와 교통의 '통'을 반복해서 명명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공공캐릭터 개발에는 결국 돈,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국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을 모티브로 만든 공식 캐릭터 '희망이'와 '사랑이'라는 캐릭터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해 10월, 5천 만원을 예산으로 배정해 새로운 캐릭터를 용역 의뢰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 [단독] 국회 캐릭터 5년 만에 변경…"성차별 지적 때문"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처인 국립해양과학관은 지난해 12월, 9천 5백만 원을 예산으로 배정해 캐릭터 개발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캐릭터 상표 등록, 관련상품 개발 비용까지 포함되다보니 비용이 국회에 비해 거의 2배가 늘어났습니다.
캐릭터 개발에 수천만 원의 혈세가 들어간 만큼, 효과적으로 쓰이고 정책과 사업 홍보에 적절히 이용되어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곳이 하니깐 우리도 만들자'라는 접근이 많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용역 계약을 낙찰받아 수행하는 디자인 업체들이 많지 않아 기존과 비슷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많다는 겁니다.
결국 캐릭터 제작 전 철저한 고민과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정부부처의 특징과 정체성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캐릭터에 어떠한 성격과 정체성을 부여할 것인지, 사람들이 관심을 끌만한 어떤 스토리텔링을 입힐 것인지, 성차별 요소나 저작권 침해 같은 부정적 요소는 없는지, 기존 다른 캐릭터와의 차별성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