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는 신세계그룹 캐릭터 사업의 대표 마스코트인 제이릴라를 도용한 디지털 작품이 올라왔다. 한 익명의 작가가 올린 이 작품의 가격은 0.1이더리움. 현금으로 환산시 지난 7일 기준 318.26달러(한화 약 38만원)다.
신세계그룹의 야구 구단인 SSG랜더스의 엠블럼을 활용한 또 다른 디지털 작품의 가격은 1이더리움으로 현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3153.23달러(한화 378만원)에 판매 중이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닮은 꼴로 유명세를 얻은 캐릭터다. 현재 신세계푸드가 이마트와의 상표권 이전 합의를 통해 제이릴라에 대한 상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익명의 이용자들이 무단으로 이같은 디지털 작품을 올린 것으로 보고 오픈시에 삭제를 요청한 상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누가봐도 이건 저작권 침해 사례"며 "이에 따라 현재 미국 측 특허법인을 통해 오픈시 등에 삭제 요청을 하고 피드백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상 자산으로 주목받는 NFT가 국내 기업들과 상표 및 저작권을 두고 갈등의 소지를 낳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블록체인 자산에 상표권 사용 라이선스를 허용한 적이 없음에도 버젓이 기업 상표권 등을 무단 도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이용자들이 나타나서다. 이미 나이키, 에르메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자사 상품을 도용한 NFT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이나 실물 상품의 소유권을 온라인에서 인증하는 것이다. 인증 대상은 디지털 작품부터 예술품은 물론 게임 아이템, 도메인 이름, 의류, 운동화, 부동산 등 다양하다.
NFT는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개인들끼리 NFT를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오픈시다. 최근 문제가 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주제로 한 디지털 작품이나 신세계의 SSG랜더스 엠블럼이나 제이릴라 관련 작품이 올라와 판매 중인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NFT 거래액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데이터분석업체 디앱레이더 자료를 인용해 작년 NFT거래액은 249억달러(약 29조87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9490만달러(약 1139억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62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문제는 NFT로 변형된 저작물이 원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NFT로 형성돼 온라인 상에서 거래되거나 거래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관련 문제가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미술계였다. 지난해 6월 국내 한 경매 기획사는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중 가장 잘 알려진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의 실물 작품을 스캔해 NFT로 발행한 후 경매에 부치려 했다가 불발됐다. 작가들의 유족 측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경매 기획사가 실물 원본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데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실물 작품에 대한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업에서도 디지털 상품인 NFT 관련 문제를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양한 NFT 거래소가 생겨나면서 기업 상표권 등 침해 소지가 있는 저작물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NFT에 대한 법적 지위나 규제에 대한 합의가 없어 일일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상표 및 저작권 보호를 위해 NFT 관련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NFT 버킨백을 만들어 10억원어치 가량을 판 작가 메이슨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해당 작가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버킨백의 디지털 그림 파일에 다양한 소재와 색을 입혀 만든 NFT를 오픈시에 올려 4만2000달러(한화 약 5037만원)씩에 팔았다.
나이키 역시 무단으로 나이키 NFT를 만들어 판 중고거래 플랫폼 스톡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디지털 블록체인 자산에 상표 및 저작권 사용 라이선스를 허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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