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중단 경고에도 "주권 침해" 일갈
'비트코인 도시' 꿈 이뤄낼까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1월 고점을 경신한 후 반토막나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인데요.
비트코인이 정점을 달릴 때부터 폭락한 뒤에도 매수를 멈추지 않으며, 지금까지 총 1801개, 6600만 달러, 우리 돈 8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폭락으로 손실액이 12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저점 매수를 이어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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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도시 건립 계획 밝히는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엔 5천만 명이 넘는 백만장자가 있는데, 이들이 적어도 1개의 비트코인을 갖기로 결심했다고 상상해보라. 세상엔 2100만 개의 비트코인만 존재하는데, 반 개씩 나눠 갖기도 충분치 않은 양이다. 그러니 엄청난 가격 상승은 시간문제일 뿐"
비트코인이 가진 희소성이 언젠가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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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
그러나 이처럼 확신에 찬 부켈레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달갑지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엘살바도르에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며 법정화폐 채택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이미 강등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엘살바도르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후 4배 이상 증가해 1800달러에 달합니다. 중남미 국가 중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쉽게 말해 엘살바도르가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IMF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엘살바도르에 3억8900만달러를 긴급 지원했고, 추가 지원도 논의 중입니다. 돈 빌려준 입장이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거죠.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주권의 문제"라며 "어떤 국제기구도 우리에게 무엇을 할지 강요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중단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2천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채권 발행도 예고했습니다. 절반은 비트코인을 사고, 절반은 비트코인을 마음껏 채굴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전력 과다 사용 문제로 각국에서 채굴을 금지하는 상황을 역 이용해 채굴 기업들을 유치하고 그로 인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전력 사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큰 변동성을 이유로 엘살바도르 내부 반대가 여전한 것도 걸림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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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지정 반대 시위 |
그럼에도 부켈레 대통령의 실험을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으로 버티고 있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스스로를 '독재자'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만 40세 '밀레니얼 독재자'로 불리는 부켈레의 나라를 건 대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은미 기자 ce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