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립 53년 만 첫 파업?…오늘 중노위 조정 신청

연봉 1천만 원 일괄 인상 등 포함 안 돼
노조원 전체 직원의 4%…업무 영향 우려

↑ 삼성 깃발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지난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 오늘(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사상 첫 파업이 벌어질지 주목됩니다.

오늘(4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 접수를 목표로 현재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오늘 중으로 조정신청을 진행하려 한다"면서 "현재 회의 중이다. 확정되는 대로 알려주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노조는 ▲ 전 직원 계약 연봉 1천만 원 일괄 인상 ▲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지난해 3월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정한 기존의 임금인상분(총 7.5%)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 최종안에 대해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고, 반대 의견이 90.7%로 부결되면서 "이제 노사 간 대회는 결렬됐다. 합법적인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고 더 큰 투쟁을 조직하기로 결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노조가 오늘 조정신청을 접수하면 이달 중 파업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중노위는 조정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 동안 조정기간을 가지며, 해당 기간 내에 2~3회의 사전조정을 실시합니다. 이어 노사 양쪽의 주장을 청취해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본조정을 개최해 조정안을 제시합니다.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이는 지난 1969년 삼성전자가 설립된 이후 53년 만에 첫 파업이 됩니다. 현재 노조 조합원은 4,500여 명 수준으로, 전체 직원 약 11만 명 중 약 4%입니다. 반도체 사업장 등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해야 하기에 파업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해 6월 조합원 2,500명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약 2주간 소규모 파업을 벌인 바 있기에 업계는 파업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극적 합의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사측은 추가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꿔서 반도체 사업 부문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최대 300%에 달하는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육아 휴직 확대 등의 복리후생 책으로 직원 설득에 나섰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하면서 노사 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창사 이래 첫 단체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임금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