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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랴 화장품 바르랴 정신없을 법 하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얼굴 두드림을 마무리한다. 이찬석(37·사진)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다. 그는 2016년 당시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홈쇼핑 뷰티 제품 판매에 첫 발을 당당히 내딛은 남성 쇼호스트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뷰티 프로그램 메인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서른 살에 쇼호스트로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7년차인 그는 현대홈쇼핑에서 뷰티상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미용하는 남자쇼(미남쇼)'를 진행하고 있다. 각종 편견을 깨고 남자 쇼호스트로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홈쇼핑 본사 앞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방송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고 했다. 판매할 상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어머니와 어머니의 지인들에게 전달해 상품평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만의 첫 번째 경쟁력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쇼핑하실 때 따라다녔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어머니랑 친하다 보니 지금은 어떤 상품이 필요하다든지, 어떤 마음이실지 등을 잘 알게 됐거든요. 지금도 어머니가 '방송에서 이런 얘기 좀 언급해 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어머님들은 오히려 저보다 화장품을 더 많이 사용해보시고 잘 알고 계시니까 평소에 귀 기울여 듣죠."
홈쇼핑의 주요 소비자가 중장년층인 만큼 가장 가까운 소비층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달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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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시연할 때는 과감하게 해요. 제품의 특장점이 소비자들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으면 좋겠고,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포크는 크림이 그만큼 얇게 밀착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어서 가져다 써봤어요. 물론 겁은 좀 나 끝이 둥근 제품을 이용했지만, 소비자들이 먼저 그 노력을, 상품의 장점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알아봐주시더라고요(웃음)."
그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오히려 '뷰티'로 홈쇼핑 업계에서 자신을 차별화했다. 당시 남자 쇼호스트가 뷰티에 특화된 고정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건 업계 처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미남쇼가 올해로 4년 차를 맞았다.
"제가 입사할 때쯤 남자 쇼호스트는 샴푸 정도 판매했어요. 지금은 남자들도 쿠션을 두들기고 앰플 세럼을 바르거든요. 방송에서 제 자신을 다 내려놓고 시연을 한다는 점이 다른 여자 쇼호스트들과 가장 차별화가 된 것 같아요(웃음)."
이씨는 화장품의 경우 반드시 2주 동안 직접 사용해본 후기를 방송으로 전한다. 또 자신이 판매한 제품을 주문해 택배부터 포장이 어떻게 오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불현듯 떠오른 멘트를 늘 메모한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쇼호스트의 길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뷰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 2010년 잡지 뷰티에디터 어시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정식 뷰티에디터가 된 이후 한 홈쇼핑의 뷰티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생방송으로 진행됐는데, 제 얼굴은 한 10초 정도 방송에 나왔을 거에요(웃음). 그때까지 쇼호스트라는 직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방송이 마냥 신기했어요. 그렇게 패널을 1년 반 넘게 하면서 방송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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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의 제품을 팔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었어요. 요즘에는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나 가격대도 20~30대에 맞게 다양해졌어요. 또 전화 주문 방식보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하실 수 있도록 방송에서 자주 말씀드려요."
이씨는 쇼호스트에 대해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이를 준비하고 있을 남성 후배들에게도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제는 남자 또는 여자 쇼호스트만 판매할 수 있는 경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역을 더 넓혀서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쇼호스트를 준비한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서 꼭 이 직업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앞으로도 뷰티 관련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는 당찬
"'뷰티'라는 영역은 화장품 하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에요. 생활, 패션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나가는 게 저의 방향성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뷰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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