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차량가격 기준이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낮아졌다. 보조금 절반을 받을 수 있는 차량가격 기준도 9000만원 미만에서 8500만원 미만으로 조정됐다. 보조금 액수도 줄어들었다. 승용차 보조금 최고액은 기존 8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소형화물차 보조금은 기존 16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인하됐다.
환경부 개편안이 확정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 맞춰 보조금을 책정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 보조금과 지방비 보조금을 합한 금액이다.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받는 시기는 3월 말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바뀌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에 달라진 보조금 지급 상한선에 걸려있는 차량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당장 수백만원을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비싸 보조금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타격은 제네시스 'GV60'과 메르세데스-벤츠 'EQA'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제네시스 GV60의 최하위 등급(트림)인 스탠다드 이륜구동 가격은 5990만원이다. 이번 개편안으로 정부 보조금은 기존 8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줄어든다. 서울시 보조금(200만원)이 올해도 같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4990만원에 샀던 차를 올해는 5440만원을 내야 한다. 이때문에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GV60 예약을 취소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벤츠의 EQA 역시 최저 가격이 5990만원이다.
현대차는 지난 20일까지 GV60 예약 고객에게 '컨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컨버전이란 대기 순번을 그대로 둔 채 옵션 등 사양을 변경하는 제도다. 이번 보조금 개편으로 GV60 최하위 등급도 보조금을 절반만 받게돼 등급이 높은 다른 모델로 바꿀 기회를 준 것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아예 바뀐 보조금 기준에 맞는 전기차를 출시했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최근 선보인 '폴스타2'가 대표적이다. 폴스타2 싱글모터 가격은 5490만원이다. 새 보조금 기준에 따르면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다. 폴스타는 이미 사전예약에서 4000대를 채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전예약자 중 90% 이상이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싱글모터를 선택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개편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와 '고가 전기차'시장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출시될 '미니 일렉트릭' 최저 가격은 4600만원대다. 쌍용차의 첫 번째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의 경우 풀옵션 가격이 4390만원으로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의 가격도 대부분 5500만원이 넘지 않아 올해도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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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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