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과징금 줄면서…해운법 개정안도 지지부진

↑ 농해수위 공청회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동남아항로 운임 공동행위를 부당한 담합으로 결론 내리고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해운법 개정안 재추진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당초 예상(총 8000억원)했던 수준의 8분의 1 정도로 줄어들면서 공정위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인 법 개정 추진이 탄력을 잃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원회의 판결 이후 농해수위에서는 해운법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국회 입법 조사관은 "위원회 차원에서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관가와 국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해운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 5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이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해운사들의 운임 공동행위에 대한 일체를 해양수산부가 해운법에 따라 규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발의된 적 없이 논의만 됐던 것으로 알려진 개정안으로, 전원회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 공정위와 해수부 양 부처가 실무진 수준에서 두세 차례 논의를 이어왔던 개정안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해상운송법에 독점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문화한 일본의 해상운송법 체계를 일부 참고해 공정위가 해수부에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다만 공정위가 전원회의 판결을 통해 해운사들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무죄'임을 강조해왔던 해수부와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견을 조율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판결을 내려버렸기 때문에 현재는 논의가 멈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부처 간 협의를 통한 해운법 개정이 잠정 무산된 만큼 현재 남은 것은 현재 농해수위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 추진 여부다. 한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적 선사들은 공정위 심결서를 받은 후에 소송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설 연휴가 끝나면 농해수위 의원들에도 (개정안을 위해)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소송과 동시에 기존에 발의돼 있던 개정안을 추진하는 '투 트랙 대응'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전원회의 전까지만 해도 공정위에 성명문을 보내는 등 해운업 지키기에 나섰던 농해수위에서는 아직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위성곤 의원 측은 "당 차원에서 해당 건에 대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고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 다른 농해수위 의원 측도 "전원회의 열리기 전 해양소위 위원들이 해수부 차관과 공정위 부위원장을 불러 비공개로 의견을 청취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에도 이견이 팽팽했고 (개정안 추진을 두고)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공정위 과징금이 예상보다 적게 발표되면서 다소 '과격한 입법'으로 지적돼온 개정안 추진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공정위가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에서의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도 조사 중인 상황에서 추후 국회에서의 해운법 개정안 논의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중 항로에서의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또다시 제재를 가한다면 인천항이 있는 인천지역의 해운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로 반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