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주문금액 있는데 배달팁이 8000원"…배달앱 삭제하는 자취생들

↑ 줄지어 선 배달 오토바이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재택근무 중 점심시간이 돼 배달앱을 켰다. 보쌈세트 1인분 가격은 1만3000원. 여기에 배달팁 8000원을 더하면 21000원을 내야 했다. 대안으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키려고 했으나 최소주문금액에 못 미쳤다. 금액을 맞춰 1만원짜리 삼선짬뽕을 골랐더니 이번엔 배달비가 5000원. 결제 금액에 총 1만5000원이 떴다. 결국 집 앞 편의점으로 가 즉석밥을 사 먹기로 했다.
최근 배달비 인상이 계속되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배달대행 업체들이 꾸준히 수수료를 인상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배달대행 업체는 새해 들어 배달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올렸다. 이번 인상으로 기본 배달료는 4000~4500원까지 뛰었다. 이날처럼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나 심야 시간에는 할증까지 붙는다.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30대 자취생 B씨는 "예전에는 배달앱을 즐겨 이용했는데 이젠 안 들어간지 오래 됐다"면서 "1인분을 시키면서 비싼 배달비를 내느니 가게에 직접 가서 포장해오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C씨 역시 "배달비가 야금야금 오르더니 이제는 도저히 허용이 안 되는 수준까지 치솟은 것 같다"며 "최소주문금액이 있는데 배달비까지 비싸서 타격이 크다. 개인적으로 마지노선인 배달비 4000원이 넘어가면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도 부담이 늘긴 마찬가지다. 기본 배달료가 인상되면 업주 역시 메뉴 가격이나 배달팁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눈치를 보느라 이익을 덜 보고 음식을 파는 경우도 많다. 한파나 폭설로 배달비 할증이 높아지는 날에는 "차라리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 D씨는 "배달대행료가 너무 올라 메뉴 가격이나 배달팁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거리두기 등으로 힘든 와중에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배달비까지 쭉쭉 올라가니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