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콧대 꺾였다?"…잊을만 하면 50만원대 '한뼘폰' 내는 이유

↑ 애플이 2020년 출시한 2세대 아이폰SE. [사진 = 애플]

애플이 2년 만에 50만원대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한다. 100만원을 거뜬히 넘기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이 잊을만 하면 보급형 카드를 꺼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아이폰 옛 감성 살린다"…3월말 출시 예정

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3월 아이폰SE 시리즈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폰SE는 애플의 유일한 중저가 라인업이다. 가격은 50만원 중반대다. 4달전 출시된 아이폰13 출고가가 95만~217만원(한국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4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신제품은 아이폰SE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이다. 애플은 지난 2016년 1세대 아이폰SE를 처음 선보인 후 4년 뒤인 2020년 2세대 아이폰SE를 출시했다. 신제품 명칭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전작처럼 '아이폰SE'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이폰SE3'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이 2016년 출시한 1세대 아이폰SE. 하지만 이 제품은 당시 출시된 아이폰6와 큰 차별성이 없어 흥행을 거두진 못했다. [사진 = 애플]

아이폰SE가 기존 아이폰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옛 아이폰 감성을 살린 4인치대 '한 뼘' 디자인과 '홈버튼' 적용된다는 거다.
스티븐잡스가 2007년 선보인 1세대 아이폰부터 고수한 디스플레이 하단의 '홈버튼'은 아이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애플은 2017년 아이폰X(텐)부터 '대화면' 기조에 따라 홈버튼을 없애고 풀스크린을 채택했다. 이후 지금까지 해당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아이폰 팬들은 "아이폰 감성이 없어졌다" "애플 디자인이 산으로 가고 있다"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애플이 4년 만에 2세대 아이폰SE를 뜬금없이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아이폰에 향수를 가진 사용자, 작고 저렴한 실속형 아이폰을 찾는 사용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묶어 두기 위한 것이었다.
1세대 아이폰과 달리 2세대는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홈버튼이 부활한 아이폰에 애플 팬들은 열광했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2020년 2분기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20 등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에 오르기도 했다.

↑ 애플이 2020년 출시한 2세대 아이폰SE. [사진 = 애플]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더 이상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은 중저가 제품에 힘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부터 갤럭시A 중저가 라인업에 신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등 '혁신'을 프리미엄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혁신 없는 고가 정책에 대한 지적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과거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아이폰을 구매했던 이유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과 활용성 높은 앱, 출시 때마다 추가됐던 혁신적인 기능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모습은 점점 퇴색돼 갔고 혁신의 아이콘의 애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 50만원짜린데 아이폰13과 동일한 칩 탑재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번 3세대 아이폰SE도 50만원대로 저렴하게 출시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 시리즈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탓에 다양한 고객군을 아우리지 못했지만, 저렴한 라인업 출시로 소비자 선택지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거란 기대에서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 신제품 보면 가장 싼 제품이 95만원 정도라 구매 장벽이 상당히 높다"며 "애플이 저렴한 가격의 아이폰을 출시한다는 것은 시장에 매우 긍정적이며, 회사 차원에서도 큰 경쟁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3세대 아이폰SE 출시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된다. 2020년 출시된 2세대 아이폰SE는 아이폰6·7 등 구형 아이폰 사용자의 교체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JP모건은 "3세대 아이폰SE가 3억명의 구형 아이폰 모델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아이폰SE 연간 판매량을 약 3000만대로 추정했다. 참고로 삼성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연간 판매량이 1000만대 안팎, LG전자가 사업 철수 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2000만~3000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모델로선 적지 않은 수다.

↑ 애플의 최신 아이폰 '아이폰13'. [사진 = 애플]

한편 업계와 외신에서 나온 예상 스펙을 종합하면 3세대 아이폰SE는 전착처럼 4.7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고 화면 하단에 홈버튼도 그대로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50만원대 저렴한 가격이지만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애플의 최신 칩인 A15바이오닉이 탑재된다. A15바이오닉은 최근 출시된 아이폰13에 내장된 AP와 동일한 모델이다.
저장용량은 3GB램에 내장메모리는 128GB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세대 아이폰SE는 3GB램에 64GB, 128GB 모델로 출시됐다.
아이폰 중저가 라인업 최초로 5G 네트워크가 지원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2 때부터 5G 네트워크를 지원했다. 전작인 2세대 아이폰SE는 LTE 모델이다.
출고가는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2세대 아이폰SE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