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가 그와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 이용 중 획득한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과거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위해 2007년경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돌 삼국지의 퇴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 '무돌 코인'의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해당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상황이죠. 이날 공교롭게도 게임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게이머들의 상실감을 더했습니다.
사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P2E가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십수 년 전에 등장한 리니지,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다른 게임들은 무돌 삼국지처럼 공식적으로 현금 환전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템매니아'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게임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고, 실제 게이머들은 오랜 시간 그렇게 해왔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사행성이 높은 리니지의 각종 '뽑기' 아이템은 그대로 놔두면서, 퀘스트를 통해 돈을 버는 P2E를 막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10일 게임위가 주최한 '2021 게임정책 세미나'에서도 게이머들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게임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게임 정책을 결정한다", "게임으로 돈 버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조경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발표 자료에 '비행', '운전'과 'RTS'(실시간 전략 게임)가 같이 묶여 있는 것을 보니 연구자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꼬집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게임위의 결정에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게이머들이 대부분 2030 세대라는 점도 한몫합니다.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돈 벌 기회'를 차단해 버렸다는 거죠. 과거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하겠다고 나서자,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 나온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P2E를 규제해 봐야 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국내 규제를 피해 P2E가 허용된 해외 게임을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임 '엑시인피니티'는 국내판에 P2E 기능이 빠져 있지만,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해당 기능이 살아있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지 벌써 만으로 15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게임을 둘러싼 환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무턱대고 P2E게임을 막기보다, 게임위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묘수를 만들어야 할 시점입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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