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와 국내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테슬라] |
국내에서 '전기차 제왕' 타이틀을 현대차가 아닌 아이오닉5에 빼앗기게 됐다. 왕들이 출전한 본진끼리 대결하기도 전에 왕이 아닌 선봉장에게 사로잡힌 셈이다. 지난해보다 판매대수가 증가한 게 그나마 쓰린 속을 달래줬다.
매경닷컴이 13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2020~2021년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곳은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실적을 내놓는다.
↑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오닉5, 모델3, 모델Y [사진 출처 = 현대차, 테슬라] |
전기차 브랜드 판매 1위인 테슬라는 전년동기 1만1601대에서 올해엔 1만7818대로 6000대 이상 판매대수가 증가했다.
지난해는 물론 올 상반기까지 전기차 판매 1위였던 테슬라 모델3는 전년동기(1만866대)보다 2000여대 감소한 8893대에 그쳤다. 대신 올해부터 판매 돌입한 테슬라 모델Y가 8886대 팔리면서 브랜드 성장세를 견인했다.
테슬라만 놓고 분석한다면 올해도 전기차 제왕에 걸 맞는 실적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경쟁차종과 같이 비교하면 테슬라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굴욕을 당했다.
↑ 모델Y [사진 출처 = 테슬라] |
먼저 출시된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2월25일 하루에만 2만3760대 계약됐다. 올해 판매 목표인 2만6500대를 사전계약 하루 만에 달성한 셈이다.
경쟁상대인 테슬라 모델3의 지난해 판매대수(1만1003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EV6도 지난 3월31일 사전계약 첫날 2만1016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사전계약 실적을 바탕으로 두 차종이 '쌍끌이 전략'으로 테슬라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상반기에는 빗나갔지만 하반기에 현실이 됐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까지 경쟁차종들이 차량용 반도체 대란 때문에 생산과 출고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물량 공세로 보조금을 싹쓸이했다. 모델3는 타이틀을 방어했다.
↑ 아이오닉5 [사진 출처 = 현대차] |
결국 모델Y와 전기차 판매실적을 나눈 모델3는 1위 자리를 내놨다. 모델3뿐 아니라 테슬라도 전기차 제왕 타이틀을 잃게 됐다.
아이오닉5는 올 4월 판매에 들어간 뒤 7월부터 본격 공세에 들어갔다. 올 1~11월 판매대수는 2만956대다. 반도체 대란으로 생산차질에 시달렸지만 테슬라 전체 판매대수(1만7817대)보다 많이 팔렸다.
8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기아 EV6는 9046대 판매됐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모두 잡았다.
↑ 기아 EV6 [사진 출처 = 기아] |
12월 실적이 남았지만 현 추세로 볼 때 아이오닉5가 '넘버1'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넘버2'는 EV6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도 '전기차 제왕' 타이틀을 현대차에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 포르쉐 타이칸 [사진 출처 = 포르쉐] |
아울러 테슬라보다 자동차 기본기가 탄탄한 독일 브랜드인 포르쉐·아우디·벤츠가 내놓은 전기차들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GV60은 첫 판매실적이 집계된 지난달 338대가 등록됐다. 고성능 전기차인 포르쉐 타이칸은 올 1~11월 1250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아우디 e트론은 1098대, 벤츠 EQA는 586대 판매됐다. 유럽에서 '테슬라 킬러'로 대접받는 르노 조에도 741대 팔렸다.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의 팬덤을 무기로 전기차 혁신을 이끌어온 테슬라는 지난해까지 국내에서는 경쟁차종이 사실상 없는 전성기를 누렸다. 조립 품질과 서비스에서 불만이 잇따랐지만 팬덤은 유지됐다.
↑ 아우디 e트론 [사진 출처 = 아우디] |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혁신을 앞세워 팬덤을 형성하고 보조금 정책을 적극 활용하면서 품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을 발 빠르게 장악했다"며 "올들어 기본기에서 앞선 자동차회사들이 상품성 높은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테슬라 경쟁력이 예전보다는 약화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테슬라는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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