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00대 기업 CEO로 활약 중인 대표이사 중 최장수 임원인 주인공은 삼천리 이찬의 부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1954년생으로 올해 만67세인 이찬의 부회장은 1991년에 삼천리 이사직을 맡으며 임원 반열에 처음 등극했다.
1991년 당시 삼천리 최고경영자이던 고 인현철(1929년생) 대표이사 회장과 지금의 이찬의 부회장과의 나이 차이는 25년이나 됐고, 같은 회사에서 50~60대에 해당하는 1930~1940년대 초반생들이 당시 임원의 주류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1950년대생으로 30대인 이찬의 부회장이 이사에 발탁된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이후 이 부회장은 임원 경력을 꾸준히 쌓으며 삼탄과 키데코(KIDECO) CEO 등을 거쳐 현재 삼천리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처음 임원이 된 년도부터 포함하면 32년차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찬의 부회장을 제외하고서도 20년 이상 임원으로 재직 중인 최고경영자도 이번 조사에서 1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 금춘수(52년생) 총괄 부회장은 지난 1995년 2월 1일자로 한화 이사보로 오른 후 올해로 27년 간 임원 간 한화 그룹에서 임원으로 활약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78년에 입사한 금 총괄 부회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과 한화차이나 사장, 한화그룹 총괄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4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성장해온 정통 '한화맨'이다.
HMM 배재훈 사장도 임원 경력만 올해로 26년이 됐다. 배 사장은 LG에 입사한 후 1995년 12월 12일자로 당시 LG반도체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LG계열사인 판토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에 현재의 HMM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5년 간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영자도 삼성전자 김기남 회장,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GS건설 임병용 부회장 세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처음 임원 명함을 받았다.
GS건설 임병용(62년) 부회장은 1996년 12월 11일자로 당시 LG텔레콤 이사로 선임되며 재계의 별로 올라섰다. 임 부회장은 LG그룹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최근 부회장에서 승진한 삼성전자 김기남(58년) 회장은 1997년 1월 17일자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1기가D램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수석연구원에서 이사보급 연구위원으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39세. 임원 승진을 발표한 시점이 음력설 이전이기 때문에 당시 언론에서는 3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 1월 인사 발표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30대는 김기남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있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61년) 회장도 1997년 7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상무)를 맡기 시작하며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초석을 다져왔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총수인 박현주 회장이 1997년 당시 최현만 회장을 포함해 동원증권에서 활약했던 8명과 합심해 성장시켜온 것이 지금의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LG생활건강 차석용(53년) 부회장은 1998년에 미국 피앤지(P&G)가 운영하는 한국법인 쌍용제지 대표이사 사장과 P&G한국법인 총괄 사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계산하면 국내에 소재한 기업에서만 24년 간 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LG디스플레이 정호영(61년) 사장은 1999년 12월 20일자로 LG전자 상무보로 승진해 지금까지 LG그룹 내에서 핵심 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후 정 사장은 LG전자 부사장과 LG화학 사장 등을 거치며 발군의 능력을 보여줬고, 2019년에 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섰다.
DB손해보험 김정남(52년) 부회장 역시 DB그룹(구 동부그룹)에 입사해 2000년 4월부터 동부화재 지방영업본부장(상무보)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임원 경력만 22년째다. 김 부회장도 일반 직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최근 승진한 삼성SDI 전영현(60년) 부회장은 LG반도체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연구위원으로 발탁된 것이 임원의 시작점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사장까지 역임하고 2017년에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이번 2022년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임원 경력 20년을 맞이한 최고경영자는 3명이다.
메리츠증권 최희문(64년) 부회장은 2002년 에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 본부장(상무)을 맡으며 국내 기업에서만 올해로 20년째 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삼성증권 이전에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기업에서 활약해온 이력도 갖고 있어 실제 임원 경력은 20년보다 더 길다.
한화 옥경석(58년) 사장은 2002년 1월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총괄 메모리지원팀장인 상무보에 오르며 처음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한화로 자리를 옮겨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사장을 거쳐 현재 한화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대해상 조용일(58년) 사장도 2002년 6월에 현대해상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후 같은 회사에서만 줄곧 전무, 부사장을 하며 직장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인 CEO 자리까지 앉았다.
아울러 100대기업에서 대표이사직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CEO는 LG생건 차석용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5년에 본격적으로 지금의 LG생건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올해까지 17년째 CEO를 지내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40대 초반 전후로 임원으로 발탁되는 이들이 2~3년만 활동하고 물러나는 임시직원이 아니라 10~20년 넘게 기량을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고, 오너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123명이다. 전문경영인은 올해 3분기 기준 '대표이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임원 경력은 외국 기업에서 활동한 경력을 제외하고 국내 회사에서 이사대우, 상무보 등으로 승진 혹은 선임된 경우로 한정해 조사가 이뤄졌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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