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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립토랩 임직원들 |
차세대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이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동형암호 기술 부문에서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가트너 혁신기술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크립토랩은 IBM, 인텔 등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해와 공동작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암호화 분야서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가트너는 최근 발간한 혁신기술보고서(Emerging Technologies and Trends Impact Radar: 2022)에서 크립토랩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7개 기업을 동형암호 기술부문 샘플 벤더(Sample Vendor)로 선정했다. 7개사 중 6개사는 미국 기업으로, 미국 외 기업은 한국의 크립토랩이 유일하다. 크립토랩은 서울대 천정희 수리과학부 교수가 지난 2017년 설립한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으로 현재 약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년 1차례 발간하는 가트너의 혁신기술 보고서는 떠오르는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가트너는 이번 혁신기술 보고서를 통해 보안 분야서 내년에 가장 영향력이 있을 신기술로 동형암호, 비밀번호 없는 인증, 디지털 윤리 3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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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립토랩 회사 로고. |
크리토랩이 보유한 동형암호 '혜안'은 4세대 암호기술로 꼽힌다. 기존 3세대 암호화 방식의 경우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분석할 때는 암호화된 데이터의 암호화를 풀어서 데이터 내용을 들여다봤어야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정보 유출 위험이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4세대 암호기술인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 결합·분석이 가능해 보안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도 풀기 어려울 정도다. 한마디로 암호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게끔 하면서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게해서 데이터 활용도를 높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동형암호는 코로나 시기 때 힘을 발휘했다. 크립토랩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GPS기반 개인의 동선을 동형암호를 암호화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데이터와 결합해 실시간으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알려주는 '코동이' 앱을 만들었다.
이번 가트너 혁신기술보고서는 동형암호 상용화에 3~6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가트너가 지난 분기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5~10년보다도 더 앞당겨진 수치다. 그만큼 동형암호가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데이터 2.0' 시대서 경제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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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이사 |
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로부터 샘플 벤더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이다. 가트너의 여러 보고서 종류 중 가장 유명한 '매직 쿼드런트(Magic Quadrant)'에도 2010년 이후 국내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 기업이 들어간 사례는 6곳(베스핀글로벌, 안랩, 파수 등) 뿐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가트너에 등재된 것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그만큼 B2B(기업간거래) 영역에서 협상력이 매우 강해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크립토랩은 IBM, 인텔 등이 먼저 연락이 와서 현재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국내 동형암호 기술 분야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선 삼성SDS, 그리고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 디사일로 등이 동형암호를 개발하고 있다. 크립토랩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동형암호는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최근 투자 확대로 구현 기술이 가파르게 발전하면서 동형암호 시장이 3년 후에는 전체 데이터 업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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