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조례·규칙 가운데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규정이 67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건설협회 차원에서 건설사들의 과당경쟁을 방지하라고 하거나, 지자체 고문 변호사를 위촉할 때 해당 지역 출신을 우선하는 식의 규정이 대표적이다.
7일 공정위는 한국규제학회에 의뢰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등에 대한 운영실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3년간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조사 결과 광역자치단체 236건(35.1%), 기초자치단체 436건(64.9%) 등 총 672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이 확인됐다. 유형별로는 사업자 차별 316건(47.0%), 진입제한 270건(40.2%), 사업활동제한 21건(3.1%), 기타 65건(9.7%) 등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정 지자체가 지역 내 사업자를 우대하는 식의 규정을 만들면, 인근 지자체가 비슷한 규정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경쟁제한적 규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장애인·영세소상공인 의무구매 조항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목적의 규정도 노인·청년·국가유공자·사회적기업·향토기업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지역건설협회에게 과당경쟁을 막으라는 규정이다. 경기도, 충북 청주시, 강원 원주시 등 21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과당경쟁 방지 명분으로 정상적인 품질·가격 경쟁을 저해하고 사업자단체에 의한 담합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이라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모범거래 기준을 개발·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규칙을 운영 중이다. 공정위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모범거래 기준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 구체적인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자칫 자의적인 내용이 설정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밖에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등 161개 지자체는 고문변호사·변리사를 위촉할 때 지역내 연고를 두고 있는 사람을 우대했다.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할 때 국가유공자 등을 택시운전경력 보다 우선해 평가하는 곳도 많았다. 대전시, 광주시, 울산시 등 165개 지자체는 학교급식에서 지역 농수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지자체 조례·규칙을 연구해 경쟁제한적 요소를 파악하고 해당 지자체와
이정호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팀장은 "경쟁시장을 지역 단위로 파편화하는 규정을 손보고, 특정계층·신분·지위 등에 기초한 조례·규칙 등도 도입효과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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