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 매장 전경 |
지난 6일 이른 아침임에도 친절한 직원의 설명에 두 젊은 남자 손님은 연신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기에 바빴다. 롤렉스 시계들이 진열돼 있는 '젠틀맨존'에 들어섰을 때에는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백화점 손님들 사이에선 "요즘 롤렉스 매장에선 공기만 판다"라거나 "돈을 줘도 못 구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롤렉스 시계 품귀난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 매장에선 롤렉스 시계 40여종을 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리셀가가 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장 가치있는 라인으로 꼽히는 데이토나 모델 등을 즉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장에서 만난 진시내 매니저는 "지난 달 26일 문을 열자마자 롤렉스 한 단종 모델은 3500만원에 바로 팔렸다"고 귀띔했다.
정가가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 시세에 맞춰 소폭 오르내린다. 중고거래여서다. 샤넬, 롤렉스 등 명품의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곳, '브그즈트(BGZT) 컬렉션'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이곳은 오픈한 지 10여일밖에 안 됐지만, 일 방문자가 평균 2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 '레이디존' 매장 전경 |
실제로 번개장터에서 명품 상품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월거래액 1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 전체 거래액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번개장터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 중 하나다.
브그즈트 컬렉션에는 샤넬백 70여종과 의류 30여종, 롤렉스 시계 40여개 등 희소성 높은 명품 컬렉션을 매입해 들여놨다. 일단 명품 거래 매장으로 첫 선을 보인만큼 대부분 새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번개장터 측 설명이다.
진 매니저는 "피카소 티파니 등의 아트북을 비롯한 희소한 명품백, 인테리어 소품 등은 저희 회사가 직접 매입을 한 것들이라 새 것"이라며 "위탁판매 의뢰받은 제품 역시, 거의 새 상품이거나 A급 중고품들이다"고 말했다.
↑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 매장 전경 |
물론 기존 쓰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새 것이나 다름없는 희소성 높은 명품을 팔다보니 기본 프리미엄이 2~30% 붙은 채 판매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샤넬백과 롤렉스 시계는 사두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 삼으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이른바 '샤테크', '롤테크'를 하려는 손님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것이다.
브그즈트 컬렉션은 강남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에는 이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내로라 하는 IT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구매력을 갖춘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신세계그룹에서 공을 많이 들인 조선팰리스 호텔 역시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그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진 매니저는 "고급 호텔과 식당가가 붙어 있다보니 우연히 매장을 들르는 5060 손님들이 꽤 있으시다"며 "명품 중고거래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참 재밌는 공간'이라며 또 오겠다고 하시거나, 번개장터 앱을 그 자리에서 깔고 싶다고 해 깔아드리는 중장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브그즈트 컬렉션 매장 전경 |
기본적인 방문은 예약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시 신청해 방문할 수 있다. 방문 고객들은 1시간씩 머무르기도 한다고 번개장터 측은 말했다. 샤넬백과 의류들이 진열돼 있는 레이디존에서다.
진 매니저는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쇼핑 시간"이라며 "그런 매장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지만, 브그즈트 컬렉션에서는 착용 후 사진을 찍고, 손님이 원하는 시간만큼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샤넬은 국내에서 인기 핸드백에 대한 1인당 구매 수량을 1년에 한 점으로 제한했다. 브그즈트 컬렉션에서는 이같은 제한까지는 아니지만, 1인당 하루 1개씩의 샤넬백만을 살 수 있
곽호영 패션 전략 기획팀장은 "명품 수요가 어느 때보다 늘어난 지금 번개장터에서는 럭셔리 아이템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오픈런 없이도 명품을 구입할 수 있고, 또 명품 브랜드를 편하게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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