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A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물류가 유통산업은 물론 개인의 생활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혁신 물류기술의 현주소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광군제 기간(11월 1~11일)에 주문 받은 상품을 최소 10분 만에 발송했다.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에도 배송 지연이 아닌 최고의 물류 효율을 기록한 데는 밤샘 작업에도 지칠 줄 모르는 로봇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노동집약적이던 물류 운영에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등 최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세계 물류 흐름은 더 빨라지고 있다. 물류 기술 중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로봇 자동화 부문. 물류 서비스의 중심이 풀필먼트로 옮겨가면서 로봇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풀필먼트는 단순 택배를 넘어 상품 보관 및 선별, 포장, 배송, 재고관리까지 대신하는 통합 물류 서비스다. 축구장 열 몇 개와 맞먹는 거대한 물류센터에서 그 종류도 양도 많아지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신속하게 내보내는 작업을 인력으로만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나 명절 전이나 국내외 쇼핑 축제 기간엔 인력난에 시달리고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윤철주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 미래기술팀 상무는 "주문 받은 상품을 찾아서 분류하는 오더 피킹 작업의 70%가 '이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인운반로봇이 작업자의 노동 강도를 대폭 낮추면서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마존의 경우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하루에 20km 이상 걸어야 하는 근무환경이 문제가 되자 아예 로봇개발업체를 인수했다. 2012년에 무인운반로봇 '키바'를 도입한 뒤로는 작업자들이 강행군을 하지 않고 로봇이 가져온 선반에서 필요한 상품을 꺼내 포장라인으로 전달하면 된다.
무인운반로봇은 고정노선이송로봇(Automated Guided Vehicle)과 자율주행이송로봇(Autonomous Mobile Robot)으로 나뉜다. AGV는 이름 그대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레일이나, QR코드 같은 유도 장치가 있어야 한다. 키바는 QR코드 기반 AGV. 아마존은 지난 6월, 바닥에 설치된 마그네틱 센서를 이용해 움직이는 대형 카트(Automated Guided Carts)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스쿠터(Scooter)'와 '커밋(Kermit)'이라는 이름의 새 로봇은 각각 대량의 선반과 빈 상자를 한꺼번에 운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선도적으로 여러 단의 선반(랙)을 자동으로 옮기는 랙이송AGV를 풀필먼트 센터에 100대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주문 받은 상품이 들어있는 선반을 통째로 옮기는 역할은 아마존의 키바와 같다. 하지만 작업자가 상품을 꺼내서 분류해놓은 또 다른 선반을 포장라인으로 전달하는 작업까지 로봇이 처리하는 것은 CJ대한통운이 처음이다.
AMR은 주어진 공간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내장된 지도와 자체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저 광선을 쏜 다음 돌아오는 시간을 이용해 공간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기술) 등의 센서를 이용해 알아서 움직인다. 유도 장치가 필요 없고 로봇이 크지 않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여러 개의 바구니를 달고 움직이는 AMR을 시범 운영 중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이 있는 위치로 이동해 대기하다가 작업자가 상품을 스캔 후 바구니에 넣으면 자동 검수해 포장 공간으로 운반한다. 필요한 위치까지 최적의 동선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에 작업자와의 협업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AMR 도입으로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은 물론 수작업으로 인한 '휴먼 에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MR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DHL도 내년까지 2천
윤철주 미래기술팀 상무는 "작업자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피킹을 보조하는 협업로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물건을 집는 로봇팔 기술까지 접목하면 완전 자동화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