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미국과 대만 등 각국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만큼 한국 정부도 대응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 산업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돼 연내 통과도 불확실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은 지난 23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대외연은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약 570억3000만달러(67조8300억원)이며, 중국(31.2%), 대만(20.4%), 일본(13.6%) 순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시스템 반도체가 총 반도체 수입의 39.1%, 메모리 반도체가 31.7%를 차지했다.
일본과 미국으로부터는 반도체 장비와 소재 수입이 많았다. 반도체 소재는 12개 품목이 전체 소재 수입액의 80.9%를 차지했으며 특히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대외연은 "한국은 당분간 일본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적 취약성이 있다. 관련 품목의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며 "반도체 제조 기초 원료와 함께 공정용 수입 품목 중 한 국가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공급망 리스크 대상으로 간주해 상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외연은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 강화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반도체 공급망 구조에 가장 큰 변수가 된다고 판단했다. 대외연 분석을 보면 미국은 반도체 핵심 기술을 통제하며 중국이 신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포위하는 '디지털 만리장성'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지속 견제하고 미국·대만과 동맹을 강화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도전한다는 게 대외연 전망이다. 대외연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의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해 왔으나, 향후 미국의 자국 반도체 기술 통제정책의 방향에 따라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외연은 그러면서 "한국은 반도체 매출 세계 2위, 메모리 1위 강국임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개발(R&D)이나 고급 인력은 민간에 맡겨놓았다. 반도체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 산업임에도 국책 반도체 전문연구소도 하나 없고 민간이 스스로 생존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유능한 R&D 인력을 대부분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고 실질적 연구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 상위 5개국가. [자료 제공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
그러면서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고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반도체 관련학과 대학원을 신·증설하면서 반도체 전문 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대외연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국은 작년 11월 현지 최초의 반도체 대학인 난징반도체대학을 세웠고 올해 4월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와 선전시 선전기술대학(SZTU) 등이 반도체 대학을 신설했다.
대외연은 이와 함께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을 확대하기 위한 규제 해소도 제안했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와 이천시 등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지역은 추가 부지 확보가 어렵고 환경 규제와 수도권 개발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도 반도체 공장 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 약속했던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서 공전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국가전략기술 R&D 비용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22일까지 집중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정안은 반도체, 배터리(2차전지), 백신 3개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해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주로 논의된 정부안을 기준으로 R&D에 40~50%, 시설투자에 10~2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른 세제지원 규모는 약 8000억원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 전체 세수감소분(1조 5000억원)의 절반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가전략기술 지원·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큰 틀에서 이견이 없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는 시각이 조금씩 달랐다. 우선 대상 분야 선정기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기준에서 반도체, 배터리, 백신만 국가전략기술이 되고 인공지능(AI), 드론, 자율주행자동차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냐"며 "산업 간 (세제지원)형평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원이 이뤄지는 산업 분야를 다루고 있을 뿐 시설투자가 이뤄지는 지역이 수도권인지 비수도권인지 따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의원은 "국가전략기술을 양성한다는 것만으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겠느냐"며 "정부가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재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안의 세수효과 추정치를 살펴보면, 세수효과의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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