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이충우기자] |
우리나라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시장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최근 반도체 부족이 다시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생산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소비에도 영향을 줘 단기적인 가격 조정에 이르게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죠.
↑ 애플 컨셉트카 |
이런 전략을 써온 대표적인 회사로 애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자사 주요 제품에 쓰이는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선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애플은 한 시리즈에 5억대 이상을 판매하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특히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주요 고객으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애플은 반도체 부족에 영향을 덜 받을 뿐 아니라 우선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항의를 받고 있습니다. 애플이 내년에 출시할 모바일 프로세서(AP)인 A16 바이오닉 칩은 대만 TSMC의 4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조되고, 애플이 출시한 PC도 계속적으로 5나노 공정이 적용됩니다. 업계에선 애플이 2025년 내놓을 새로운 애플카에도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더이상 애플-TSMC의 동맹을 넋놓고 볼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 AMD 웨이퍼 [사진 = 연합뉴스] |
지난주 뉴욕 월가 투자자들을 만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에게도 이재용 부회장과 회동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특히 이날 퀄컴은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하며 BMW를 고객으로 발표했고 이날 퀄컴에 주가는 크게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퀄컴은 이날 자신들이 개발한 스냅드래곤 칩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의 Z플립3, Z폴더3를 예로 들었지만 이제 통신용 칩 중심 사업에서 탈피해 자동차, PC,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성장을 확대한다는 메시지가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가입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설명회에서 "우리는 이제 단일 시장 또는 단일 고객과의 관계에 의해 정의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퀄컴 주가는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6거래일간 16%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에 화답한 것일까요.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파운드리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협력·고객사들과 최첨단 공정을 제공한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협업을 도모하는 행사인 SAFE에서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디자인플랫폼 개발실 전무는 "데이터 중심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 에코시스템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면 동종 업체인 파운드리 업체를 제외한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직접적 이익을 보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삼성 입장에선 수주의 기회를 얻게 됐더라도 위탁 생산을 맡은 업체는 외부에 사실을 알리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주문한 업체가 사실을 영업비밀에 붙이고 공개하기 꺼려하니까요. 미중 반도체 경쟁에 틈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성과를 가져왔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유수의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이 '애플-TSMC 동맹'에 도전할만한 우군을 얻고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할 것으로 기대해 볼수 있습니다. 많은 고객사들이 비메모리 반도체나 칩을 자체 개발하는 추세는 장기적으로 삼성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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