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변동이 없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속세제 개편 검토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상속세 납부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현재 과세체계에서 직접적인 세율 조정 등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2일 매일경제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상속세 연부연납 최대 허용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어가면 전체 세금의 6분의 1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 6분의 5에 대해서는 5년간 분할해서 내는 방식이다.
당초 상속인들의 지나친 세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고안된 제도지만 최근 국내 자산가격 상승과 고령화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상속인 부담을 완화하기에 최대 5년 기간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최대 10년까지 연납을 허용하고 있다"며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총액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전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봤다. 기재부는 "연구용역,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입법 추진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산세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면 상속액수가 클 경우 높은 세율을 적용받은 후 상속인들에게 배분하게 된다. 하지만 유산 취득세 방식을 도입하면 상속액수를 상속인 수만큼 나눈 후 세율을 적용하는 만큼 유산세에 비해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산세보다는 유산취득세가 더 널리 쓰인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한국처럼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미국, 영국, 덴마크 등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인 중견기업 범위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처방했다.
정부는 이번 검토보고서를 15일 열릴 국회 조세소위에 제출해 본격적인 개편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혁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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