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세금 규제 '풍선효과' 영향…법인·다주택자 매수 많아
↑ 사진 = 연합뉴스 |
주택 매매 규제와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3억 원 이하 '서민 아파트'에 매수세 쏠림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10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등록된 전국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1,500건입니다. 이 가운데 매매 가격 3억 원 이하가 83.3%(1,250건)에 달했습니다.
전국 3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월 50~60%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달에는 이미 초반부터 80%대를 돌파한 것입니다.
11월이 아직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고,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까지 고려하면 매매 건수는 늘겠지만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본격적으로 대출을 축소·중단하거나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전반적인 거래 감소가 예상되지만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부터는 총대출액 2억 원을 넘는 대출자에게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발표됐습니다.
특히 이달에 전국적으로 실거래가 1억 원 아래인 초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이 34.1%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전국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 9월 15.8%에서 지난달 19.3%로 뛰었습니다. 이달에는 15% 가깝게 급등했습니다.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이 지난달 1%대로 올라선 서울(1.4%)은 이달 비중이 4.2%를 기록해 지난달의 3배로 치솟았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충북(55.6%)이었습니다. 경북(53.6%), 전북(45.4%), 전남(43.2%), 강원(40.6%)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실거래가 1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대부분 입지가 떨어지거나 노후해 그동안 투자자·실수요자들에게 관심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규제가 촘촘해지며 주택 매매가 점점 힘들어지고, 작년 7월에 발표된 7·10 대책에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이 취득세 중과에서 배제된 것을 시작으로 매수 쏠림 현상이 심화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고 기본 취득세율 1.1%(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저가 주택에 다주택자와 법인의 투기가 심해지는 세금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최근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까지 맞물리면서 매수 쏠림 현상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1억 원 이하 아파트 매수자 대부분은 법인"이라며 "한 단지 안에서 나온 매물 중에 절반 이상이 손바뀜될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투기는 법인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작년 7·10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을 20∼30%포인트 올렸습니다. 그러나 지방 중소도시와 경기·세종의 읍·면, 광역시의 군 지역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비조정대상지역이나 지방 중소 도시의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아파트에도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달 실거래가 1억∼3억 원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부산(65.8%), 대구(66.7%), 경남(60.9%), 대전(59.3%), 제주(58.8%), 충남(56.8%)에서 올해 들어 월간 최고치에 이르렀습니다.
3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값도 오름세입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읍 모전리 '동일스위트3차' 전용면적 75.5781㎡는 작년 6월 2억 원(9층)에 팔렸지만, 올해 9월 말 3억 500만 원(19층)으로 처음 3억 원을 넘겨 매매됐습니다.
지난달 8일에는 같은 층이 3억 1,000만 원까지 올라 매매 계약이
이 단지 근처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 아파트는 양도세 중과가 안 돼 다주택자들이 많이 매수했다"며 "공시가격이 3억 원 이하인 상황에서 매매가격은 계속 오르고, 집주인들은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