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폐렴 백신, 코로나도 막아 준다? 의사들이 꼭 맞으라는 이유는

지난달 12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부터 순차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이 시작됐다. 그러나 폐렴 백신도 함께 맞아야 하는지, 코로나 19 백신을 맞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괜찮은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감, 폐렴, 코로나 19는 모두 호흡기 급성 감염증이다. 같은 호흡기 질환인만큼 고열, 몸살, 기침, 가래 등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부터 발생 위치 등은 차이가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폐렴은 폐실질에 생기는 염증이며, 주로 폐렴구균에 의해 발생한다. 독감과 코로나 19는 상기도에 감염이 발생하며,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감기는 고열보다는 콧물, 기침, 몸살이 주 증상으로 보통 1주 내에 자연스레 좋아지며, 폐렴은 1~2주 이상 지속, 누런 가래가 동반되면 의심하지만 일반인이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백신접종자가 늘면서 '독감과 폐렴 접종까지 맞아야 하나'라는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최천웅 교수는 "세 질환 모두 같은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합병증으로 서로 발생할 수 있다"라며 "우리 몸의 면역 반응 중에는 '비특이적 반응'이라는 것이 있어 서로에 대해 작은 면역이 생길 수 있다. 농부가 어떤 들짐승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치면 다른 짐승들도 어느 정도 막아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여러 연구에서 폐렴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 연구한 결과, 약 30% 정도 코로나19에 덜 걸리고 치명률도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면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폐렴은 독감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어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게 좋다.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하는 경우,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어 두 가지 백신을 함께 접종하라고 권고된다. 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달라지므로 매년 맞아야 하고, 폐렴구균은 종류에 따라 1~2회 접종만 하면 된다. 독감 예방접종은 폐렴과 달리 65세 이상 노인 뿐만 아니라 12세 이하 어린이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보통 독감 예방주사는 접종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므로 유행 시기 2주 전, 가능하면 11월 초까지는 맞는 게 좋다. 만약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면 늦게라도 맞는 것이 권고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개인 위생·마스크 착용을 하면서 호흡기 질환 환자는 대폭 감소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심 질병 통계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감기 환자는 1,880만여명에서 1,370만여명으로, 폐렴 환자는 141만여명에서 87만여명으로, 독감 환자는 231만여명에서 133만여명으로 2019년 대비 약 60% 밖에 되지 않았다.
최천웅 교수는 "모든 질환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은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지 않더라도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는 습관을 들이고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