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고령화되고 있고 농사 현장에는 일손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농업용 로봇이 상용화하면 그 파급 효과는 막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63)은 서울 강남권에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사무실을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에 무상으로 임대해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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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이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과일을 들어보이고 있다.<이승환 기자> |
안 조합장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회 농업 인공지능(AI) 경진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팀이 주축이 돼 설립한 스타트업 디지로그(주)가 농업용 로봇을 개발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비어 있는 사무실을 흔쾌히 내주었다. 디지로그는 이 공간에서 딸기 재배용 로봇을 개발·상용화하는 작업에 나선다. 이 로봇은 카메라와 AI를 이용해 딸기 병해충을 감지하고 집게를 사용해 다 익은 딸기를 자동으로 수확한다. 앞으로 1년 뒤에는 로봇을 농가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디지로그 측은 예상했다.
30평(약 99㎡) 가까운 사무실을 무상 임대하는 걸 조합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조합 이사진이 그의 제안을 듣고 지지를 표명해주었다. 안 조합장은 "도시농협의 존재 가치는 농촌을 얼마나 잘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농업용 로봇이 개발되면 그 혜택을 많은 농가들이 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데 모든 이사진이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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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가운데)이 디지로그(주) 서현권 대표(오른쪽), 최대근 부사장(왼쪽)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디지로그는 무상으로 임대받은 사무실을 농업용 로봇 연구소로 활용하게 된다.<이승환 기자> |
안 조합장이 산지 농산물 직거래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다. 남서울농협은 1998년 서울 양재역사거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4년째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방배 복개천에서 매주 두 차례 장터를 여는 것을 비롯해 곳곳의 신용 점포 유휴 공간에도 상설 장터를 두고 있다. 지금은 방배 복개천에서 매주 두 차례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곳곳의 신용 점포 유휴 공간에도 상설 장터를 두고 있다.
안 조합장은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수확한 농산물을 가격 예측도 안 되는 경매장에 내는 것보다 직거래 장터에서 안정적인 가격을 받는 게 농민 입장에서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어디에 있는 농산물을 가져다 직거래를 하면 소비자 반응이 좋을지 늘 고민한다. 직원들은 더 좋은 농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닌다. 다만 직거래 장터를 마음껏 개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안 조합장은 "관내에 직거래 장터를 열기 좋은 곳이 더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직거래 장터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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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용승 남서울농협 조합장이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승환 기자> |
그 역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고를 나오고 농협에서만 43년째 일하는 농업인이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려던 계획이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되자 차선책으로 농협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1978년 그가 남서울농협에 입사했을 때만해도 지금의 서초구 일대는 논밭 천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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