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62)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용진(54)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특별한 인연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이마트에서 출시한 밀키트 '정든 된장라면'을 통해서다. 두 사람의 성씨인 '정'을 강조한 이 라면은 평소 라면 마니아로 알려진 정태영 부회장의 레시피를 이마트에서 상품화 한 것이다.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은 정태영 부회장과 업무 협의차 만난 자리에서 정태영 부회장의 된장라면 레시피 얘기를 듣고 직접 라면 맛을 본 뒤 상품화를 결정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라면 광고 영상에 모델로 직접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카드가 각각 2012년과 2014년에 디자인과 브랜드 네이밍 을 맡아 선보인 '잇 워터'와 '잇 와인'의 유통을 모두 신세계에서 맡았다.
2015년에는 현대카드에서 처음으로 상업자전용신용카드(PLCC)를 선보였는데, 당시 손잡은 곳이 바로 이마트였다. 이후 SSG닷컴과도 PLCC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지 20년만에 처음으로 전용 신용카드를 선보인 가운데 이 때 역시 현대카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정태영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간 두터운 친분이 있었기에 스타벅스와의 협약 역시 성사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했다.
두 사람의 남다른 친분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2010년 당시 파워 트위터로 꼽히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트윗을 주고 받으며 친해졌다.
그러다 같은 해 4월 정용진 부회장이 현대카드 본사를 깜짝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온라인 상에서의 인연을 오프라인 상 여러 사업 제휴로 발전시키게 됐다.
특히 현대카드 직원들의 독특한 사원증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에도 이를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정태영 사장(현 부회장)이 현대카드 디자인실에 지시, 2만3000여명이 넘는 신세계 직원들의 새 사원증을 무상으로 디자인 해 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비록 유통기업과 금융사 수장으로서 몸 담고 있는 업종은 다르지만 알고 보면 두 사람은 공통 분모가 꽤 있다.
미국 유학파라는 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인 점, 야구(SSG랜더스)와 배구(현대캐피탈) 구단주라는 점, 문화 마케팅에 관심이 높은 점, SNS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피력하고 반려견 사랑이 남다르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SNS상에서 요리나 음식에 대한 관심
재계 관계자는 "이번 된장라면 상품 역시 두 CEO의 공통 분모를 잘 보여준 사례 같다"며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하며 또 어떤 협업이 이뤄질 지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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