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아파트 증여 5만 8,298건…역대 최고치

집값 상승 기대·양도보다 낮은 세율이 원인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 4년 사이 3.6배 늘어

아파트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도 아파트 증여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상승 기대감과 양도보다 낮은 세율 때문입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 일자 기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 8,29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이 기간 증여를 포함해 매매·판결·교환·분양권 전매·기타 소유권 이전 등 전체 거래 건수 85만 3,432건의 6.8%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1~8월 기준 최고치입니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전체 거래 건수 7만 4,205건 가운데 증여가 1만 355건으로 13.9%를 차지했습니다. 2017년 3.9%에서 2018년 9.5%, 2019년 11.2%, 지난해 12.2%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간집계치 13.9%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4년 사이 3.6배로 높아졌습니다. 이 또한 지역 최고치입니다. 서울에서 1~8월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동구(28.5%)였습니다. 이어 송파구(27.1%), 강남구(20.9%), 양천구(16.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파트 증여 건수가 통계 집계 이래 지난해에 가장 많았다면, 올해는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증여 비중이 크게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국적으로 9만 1,866건, 서울은 2만 3,675건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6년 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증여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7월(1만 4,153건)이었습니다. 월 1만 건을 넘는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정부의 작년 7·10 대책 발표 뒤, 같은 달 조정대상지역 내 3억 원 이상 주택을 증여할 때 내야 할 취득세율을 기존 3.5%에서 최대 12.0%까지 높이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놨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세금 중과를 피하고자 8월 11일에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아파트 증여가 일시에 몰린 것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아파트 증여가 늘면서 8월까지 5만 8,298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 8,275건을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전체 아파트 거래 유형별 거래 건수가 85만 3,432건으로, 지난해 103만 7,469건보다 줄면서 증여 비중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전국적 아파트 증여 열풍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세금 인상 대책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거세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부터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 세율이 기존 3.2%에서 6.0%로, 양도소득세 최고 기본 세율은 기존 42.0%에서 45.0%로 올랐습니다. 다주택자가 종부세 부담이 커지자 보유나 양도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겠다는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는 상황도 증여 열풍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됩니다.

세금 전문가인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증여가 증가하는 것"이라며 "매년 공시가격 상승으로 미리 증여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율(16~75%)보다 증여세율(10~50%)이 낮은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는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적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