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더 못번다"…대기업 올 상반기 매출 증가 94% 해외서 만들었다

↑ 최근 3년 간 100대 기업 상반기 국내외 매출액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지며 내수가 침체되자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돈 버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들 업체의 총 매출액은 723조 6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674조 1000억원)에 비해 49조 5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매출 증가분의 93.7%(46조 4000억원)은 모두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매출 증가분은 6.3%(3조 1000억원)에 불과했다.
해외시장 의존도(전체 매출액 대비 해외 매출액 비중)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100대 기업의 해외 매출액은 397조 3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350조 9000억원) 대비 13.2% 증가한 반면 국내 매출액 같은 기간 323조 2000억원에서 326조 3000억원으로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00대 기업들의 해외시장 의존도는 52.1%에서 54.9%로 2.8%포인트 올랐다.
100대 기업들은 국내 대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매출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이후 선진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경기 회복 온기가 먼저 퍼졌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2019년 및 2021년 상반기 지역별 매출액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미주 지역 매출액은 127조 8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103조 8000억원) 대비 23.1% 증가했다. 유럽 지역 매출액은 63조 6000억원에서 80조 1000억원으로 25.9% 늘었다.
반면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더딘 아시아 지역의 매출액은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 충격이 장기화하며 대기업 내에서도 매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불안하다.

↑ 대기업 내에서도 매출 양극화 현상 두드러져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액 합계는 148조 1000억원으로 2019년 상반기(131조원) 대비 13.1% 증가한 반면 하위 80개 기업의 국내 매출액 합계는 7.3% 줄어든 178조 200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100대 기업의 매출액 5분위 배율(매출액 상위 20%와 하위 20%간 평균 매출액 비율)은 10.7배에서 11.3배로 확대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내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