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퍼펙트 스톰 상황이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난리가 났음을 빗댄 표현이다.
4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올해 스위스 명품 시계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FHS는 지난 7월 스위스산 명품 시계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대비 7.6%가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간 롤렉스의 주요 시장인 중국 내 매출은 75%가 늘었고, 미국에서도 48.5% 증가했다. 반면 롤렉스 시계 생산은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생산라인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신제품을 못 구하다보니 이젠 중고거래가 급증하고 있을 정도다.
온라인 시계 소매업체 '밥스와치'의 최고경영자(CEO)인 폴 알티에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롤렉스는 코로나 19 이전부터 공급 문제를 겪어왔다"며 "하지만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비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몇 달씩 멈춰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을 산 후 두세 배의 웃돈을 주고 되파는 리셀 거래 역시 롤렉스 품귀난에 한 몫을 한다.
시계 전문매체 '윈드 빈티지'를 발행하는 에릭 윈드는 "이전보다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누구나 시계를 살 방법이 많아졌고, 되파는 것 역시 쉽다"며 "실제로 롤렉스 인기 제품인 '데이토나'와 '서브마리너'의 경우 온라인에서 구매가에 몇 천 달러씩 얹어서 팔 수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롤렉스는 퍼펙트 스톰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롤렉스 품귀현상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수요가 늘자 롤렉스 주요 판매 매장에서도 샤넬 매장에서 보듯 '오픈런'하는 종종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시중 백화점에서 롤렉스 매장에 들어가려다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한 소비자는 "샤넬만 오픈런 해야되는 줄 알았는데 롤렉스도 새벽에 이미 대기 마감됐다더라"고 전했다.
이미 올 초부터 국내 롤렉스 매장에서는 품귀난이 심해지자 "요즘 롤렉스 매장에선 공기만 판다"라거나 "돈을 줘도 못 구한다" 등의 말이 회자됐다.
리셀 거래가 롤렉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샤넬백 가격이 계속 오르자 샤넬백을 사서 차익을 남겨 되팔듯 롤렉스 시계값이 계속 오르면서 이같은 리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에 들어가 '롤렉스'로 검색시 관련 제품을 수백~수천만원씩의 가격으로 사고 판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 '롤렉스 오픈런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라거나 '24시간 롤렉스 오픈런 대기 가능하다'는 구인구직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인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그린)의 경우 신상 소비자가는 1165만원이다. 반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2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롤렉스가 '조각 투자' 품목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4월 한 현물조각 투자 플랫폼에서 내놓은 '롤렉스 집합 1호'란 투자상품은 출시 30분 만에 완판된 것.
이 상품은 명품 시계 롤렉스의 인기 상품 11종에 투자를 해 6개월 뒤 이 시계들을 되팔았을 때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당시 모집액은 1억1800만원을 기록했으며, 최소 투자액은 10만원부터였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말에 '롤렉스 집합 2호'란 투자상품을 출시, 1억2200만원의 투자금을 채웠다.
업계에서는 롤렉스 시계 품귀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어블로그워치 창업자인 애리얼 애덤스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롤렉스가 수요 증가에 맞춰 시계 생산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공급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롤렉스 시계) 품귀현상과 그 가격의 상승세는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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