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한도마저 연봉 이하로 낮춰진 요즘,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사기가 또 기승입니다.
문자 대신 ARS 음성 전화를 걸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금융당국의 단속도 쉽지 않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 온라인 커뮤니티, "녹음된 음성으로 대출 안내 전화가 하루도 빠짐없이 걸려와 미칠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보입니다.
전화는 대부분 070이나 15로 시작되는 번호 대신, 서울 또는 경기 지역 번호로 옵니다.
▶ 인터뷰(☎) : 금융기관 사칭 전화 음성
- "안녕하세요. 나만의 은행 카카오뱅크입니다.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신용상의 특별한 문제만 없으시면 누구나 저렴한 금리로 이용이 가능한 대환대출 및 신용대출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이하로 깎이는 등 '대출 한파'가 찾아오자,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사기 전화가 더 활개를 치고 있는 겁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아예 어플의 전면에 '은행은 직접 문자나 전화로 대출을 권하지 않는다'는 공지의 글까지 띄워둔 상황.
하지만, 이미 대출 상담을 원하는 '1번'을 누른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온갖 전화와 문자를 받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금융기관 사칭 전화 음성
- "안녕하세요. 국민과 함께 하는 KB국민은행입니다."
▶ 인터뷰(☎) : 금융기관 사칭 전화 음성
- "안녕하세요. OK저축은행입니다."
문제는, 문자 대신 걸려온 전화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렵고 발신자 추적에 한계가 있어 즉시 차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 임종인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금감원에서 심의해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이런 사유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긴급하다고 하면 일단 신속하게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도 혹시 문제가 돼도 면책시켜주겠다' 이런 내부 규정을 만들어야 돼요."
'메뚜기식' 번호 바꾸기는 물론, ARS 전화로 음성 분석을 피하는 등 수법도 나날이 교묘해지는 만큼 신속한 차단 이후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등 금융당국도 변화를 꾀해야 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MBN뉴스 김문영입니다. [nowmoon@mbn.co.kr]
영상취재 : 이형준 VJ
영상편집 : 이우주
그래픽 : 정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