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
보조금 받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경보호'라는 명분도 있지만 '불편'을 보상해주기 위한 당근이기도 하다.
전기차는 자동차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이동의 자유'를 만끽할 수 없다.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고 있지만 충전 시스템이 부족하다.
충전소를 찾고, 충전 순서를 기다리고, 충전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3시간 거리인 목적지를 6시간 걸려 갈 수도 있다. 충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전기차는 '반쪽자리 친환경차'다.
전기차에 친환경차 대표 자리를 내줬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카(HV)다. HV는 가솔린·디젤차와 전기차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담당한다.
↑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
HV는 지난 2019년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도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판매 위기에 처한 혼다코리아의 희망이기도 하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HV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다. 대표 모델은 세단인 어코드 HV와 SUV인 CR-V HV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올 1~7월 총 201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27.3% 판매가 증가했다. 7월에는 전년동월보다 153.5% 폭증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어코드 HV다. 판매대수는 637대다. 어코드 가솔린 2개 차종은 총 247대에 그쳤다.
혼다 CR-V HV는 543대 팔렸다. 어코드 HV 다음으로 많이 판매됐다. CR-V 가솔린 모델(296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실적이다.
↑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
혼다는 토요타와 함께 HV 기술력이 우수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HV 원조는 토요타다. 지난 1997년 세계 최초 양산형 HV인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후발주자인 혼다도 HV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의 혼다'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혼다는 토요타와 같으면서도 다른 감성의 HV 기술을 개발했다. 요즘 출시되는 토요타 HV는 가솔린차 성향을 지녔다. 이와 달리 혼다 HV는 전기차 성향을 지녔다. 엔진이 모터를 거들 뿐이다.
게다가 혼다 어코드와 CR-V는 내구성이 우수하고 잔 고장이 적기로 유명하다. 속 썩일 일이 적다는 뜻이다. 주유소도 카센터도 싫어한다. "혼다 차를 가장 싫어하는 곳은 혼다 서비스센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어코드 HV가 4570만원, CR-V가 4510만~4770만원이다. 각각 국산 준대형 세단인 현대 그랜저와 기아 K8, 국산 중형 SUV인 기아 쏘렌토와 현대 싼타페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
시승차는 2.0ℓ 직렬 4기통 DOHC VTEC 엔진, 구동용·발전용 전기모터 2개, e-CVT를 장착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이다. 복합 연비는 17.5㎞/ℓ다.
드라이브 모드는 EV, 스포츠, 이콘(ECON)으로 구성됐다. EV 모드를 선택하면 시속 40~50㎞ 수준까지 전기차처럼 조용히 움직인다. 기름도 쓰지 않는다. 시속 50㎞가 넘어가면 엔진이 모터를 지원한다. 엔진이 메인으로 나서지 않는다. 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시속 100㎞를 넘어서야 엔진이 힘을 쓴다. 정숙성은 우수하다. 윈드실드뿐 아니라 프런트 도어 글라스에도 차음 유리를 적용해 풍절음을 줄였다. 마이크를 탑재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은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과 흡·배기음 등 소음을 상쇄시켜 준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고 페달 반응이 빨라진다. 치고 나가는 움직임은 가솔린 세단보다는 더디지만 탄력이 붙으면 답답하지 않을 수준으로 질주한다.
차선 유지보조 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유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으로 안전·편의성도 강화했다.
↑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
편의사양도 향상했다. 전 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2열 시트 풀 플랫 기능,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을 채택했다.
공간도 체급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탑승 공간은 2914ℓ로 가솔린 모델과 같다. 2열 시트 폴딩 때 적재공간은 최대 1945ℓ로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201ℓ 적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가솔린 터보 모델처럼 시트와 트렁크 플로어 간 단차 없이 평평해진다. 대형화물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자전거처럼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뒷좌석에는 성인 3명이 앉을 수 있다. 센터 터널이 낮아 2열에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공간도 여유가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 스포츠, 이콘(ECON), EV 모드로 구성됐다. 어코드 HV처럼 저속에서는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시속 60km를 넘어서면서 엔진이 슬쩍 끼어든다.
아직은 주연보다는 조연이다. 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조연에 머물렀던 엔진이 주연으로 치고 올라온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 형태의 감속 패들을 사용하면 충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리막길이나 저속 주행 때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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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 HV도 어코드 HV처럼 달리는 맛보다는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엔진보다 모터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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