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Vin)그룹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전기차를 낙점하고 빈패스트라는 자동차 제조사를 핵심 계열사로 키우고 있습니다. 빈그룹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려다가, 아예 스마트폰 계열사인 빈스마트를 접어버렸죠. 빈패스트의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어요. 빈그룹이 얼마나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런 빈패스트가 최근 눈에 띄는 발표를 내놨습니다. "이스라엘 기술기업인 스토어닷과 5분만에 베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인수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빈패스트는 이를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기술전략 중 하나"라고 소개했습니다.
스토어닷은 전기차 초고속충전기술(extreme fast charging)을 보유한 혁신기술벤처로, 2008년 스마트폰 베터리를 30초만에 완충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죠. 2019년 5분만에 완전 충전되는 스쿠터용 리튬이온베터리를 세상에 공개하기도 했어요. 스토어닷은 2024년 전기차용 초고속충전 리튬이온베터리를 양산할 계획인데, 국내 베터리 제조 3사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5분만에 충전되는 자동차가 생산되고, 급속충전 인프라가 머지않아 깔리게 될까요?
스토어닷의 주요주주 중 하나인 요즈마그룹 측은 "기술 인수를 노리는 여러 러브콜 대상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핵심주주인 다임러 벤츠는 물론 글로벌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과, 애플 삼성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스토어닷의 급속충전기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스토어닷의 주요주주는 세계 2위 에너지그룹인 BP, 일본 전자부품업체 TDK, 요즈마그룹,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삼성벤처스 등 막강한 기업들이 포진해있죠. 스토어닷은 생산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혁신기술 기업입니다. 그들의 핵심자산인 급속충전기술을 베트남의 후발 자동차 업체에 넘긴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빈패스트는 수년전부터 급속 베터리 충전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그 시작은 전기 스쿠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등록대수가 5000만대를 육박하는 전세계 4위 오토바이 대국입니다. 빈패스트는 클라라, 테온, 루도 등 다양한 전기오토바이를 생산 중입니다. 스토어닷은 이미 5분 완충 스쿠터용 베터리를 완성했다는 면에서 바로 적용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이 매력입니다.
마지막 궁금증은 왜 빈패스트는 설익은 초기 협상 단계를 공개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심지어 빈패스트는 스토어닷과 진행 중인 베터리 충전기술 인수 협상에 대한 세부사항은 비공개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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