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 번의 금리인상으로는 부족하다"
취약계층 부담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결정할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영끌'·'빚투'와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은 가운데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폭증한 가계부채와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마지막 비책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등 사회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의 대출 완급 조절과 기획재정부의 사회안전망이 조화롭게 작용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어제(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한은은 인상 이유로 물가 상승압력과 금융 불균형 위험 누적 문제 해결을 꼽았습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한은의 목표 소비자물가는 2%였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2.5% 안팎이었습니다.
이에 실물 경제와 자산시장 사이의 괴리,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의 집값 폭등에 의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고자 금리를 인상한 것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그제(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신용이 과다하게 증가하면 버블이 생성되고 붕괴될 가능성을 키운다며 이는 금융의 건정성과 자금중개기능을 악화해 실물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가계부채발 거시경제 위험을 해소하는 게 현시점에서 시급하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한은의 조사 결과,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천705조3천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보다 13.3%(200조4천억원) 급증했습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8조원으로 지난 1년 반 동안 12.9%(106조원) 불었습니다.
이 가운데 전국 집값도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전국 주택 가격은 작년에만 8.35% 올랐고, 올해는 7월까지 14.26% 폭등해 200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KB부동산 리브온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7월 기준 11억5천700만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2019년 12월 평균 매매가인 8억5천900만 원보다 34.7% 상승한 수치로, 일반 서민이 월급을 성실히 모아 서울에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꾸면서 추후 있을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어제(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상을 두고 "늘 그렇듯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며 기준금리 1.0% 정도까지는 '완화적'이라고 보는 한은의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번의 금리인상으로 금융 불균형이 바로 안정화하기 어렵다며 "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올릴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활활 타오르는 화재 현장에 물 한 동이 뿌린 격"이라고 비유하며 앞으로의 금리인상 시그널과 심리효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10월이나 11월에 한은이 0.25%포인트 올려 기준금리를 1.0%로 가져간 뒤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을 봐 가며 내년 하반기 이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박태근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도 경제상황이나 미 연준의 동태를 살피며 "일단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연내 한차례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1.0% 수준의 기준금리로 광풍이 불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잠재우는 것은 힘들어 보입니다.
이주열 총재는 "집값은 정부의 주택정책, 수급 상황, 경제주체들의 자산 가격을 향한 기대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정부 정책이 같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의 유동성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금융 감독당국의 미시적인 대출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으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저소득 서민 등의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돼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지도 불분명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가계대출 증가 완화 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점,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이상은 최대한 신중을 기대달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천억 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의 경우 5조2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 연체율이 5조4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안동현 교수는 "경기 회복이나 취약계층의 고통 등 많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역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한은의 긴축 노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