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전국 83만호에 달하는 2·4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번 공급대책 물량은 '공급 쇼크' 수준"이라며 집값 안정을 확신했지만 그런 게 언제 나왔었냐는 듯 집값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98%, 전년 동기 대비로는 8.81% 올랐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더욱 펄펄 끓는다. 수도권 전체 주택 가격은 같은 기간 각각 7.64%와 10.24%가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보면 상승률은 각각 11.12%와 14.7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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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 연합뉴스] |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실수요자 중심 규제 등 온갖 대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해 "올해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며 항변하고 있지만 치솟는 집값 앞에선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정부 말대로라면 주택공급이 충분한데 집값은 왜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주택공급은 정말 충분한 것일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월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주택공급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해보면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결코 지적과 우려보다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 근거로 과거 10년 간의 평균 주택입주물량을 제시했다.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물량은 전국이 연 46만9000호, 서울이 7만3000호인 반면 올해 입주물량은 전국 46만호, 서울 8만3000호다. 전국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다소 적지만 서울 입주물량은 오히려 1만호가 많다. 그럼에도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수요 측면에서도 지난해 33만세대가 늘어났던 수도권 세대수가 올해 1~5월 7만세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수급만으로는 현재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수급 이외에 지나친 심리요인이 작동하고 있다며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사실상 집값 상승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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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가격 상승률 및 기간별 평균 주택공급량. [자료 =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
이 통계를 최근 5년 기준으로 보면 전국 평균 입주물량은 54만호로 올해 입주예정 물량에 비해 8만호가 많다. 최근 3년으로 기간을 단축해봐도 전국 입주물량은 53만8000호로 올해보다 많다. 서울의 경우엔 5년과 3년 기준 모두 8만8000호로 올해보다 각각 5000호가 많다.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실질적 주택공급량인 2019년 이후 공급량이 계속 줄어드는 게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2019년 주택공급량은 51만8000호로 2018년 62만7000호에 비해 11만호가 줄었고, 이듬해인 2020년은 47만1000호로 전년 대비 4만7000호가 줄었다.
정부는 올해 전국 46만호, 서울 8만3000호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이 같은 공급 계획은 지난해 12월 처음 나왔는데,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언급되며 유효한 계획으로 통용되고 있다. 총 공급물량 46만호 중에 아파트는 31만9000호다. 수도권 18만8000호, 서울 4만1000호 등이다.
홍 부총리는 작년 12월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입주 물량이 공급돼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때 말한 '평년 수준'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과거 10년간 평균인 45만7000호를 뜻하는 것이었다.
현 시점에서 46만호 주택공급 계획은 가능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28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올해 공급물량이 46만호라고 밝혔다. 정부는 여전히 올해 46만호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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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공급 예측치와 실제 공급량 비교. [자료 =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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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사진 제공 = 의원실] |
유 의원은 올해 주택공급량이 목표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부총리의 주장에 사용된 국토부의 주택공급량 예측치 자료는 단순 수치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근거 조차 없다"며 "올해 주택공급은 46만호가 아닌 약 36만호로 예측된다"고 주
홍 부총리는 "주택·아파트 입주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상반기 중 체감도가 다소 적은 측면이 있었다"며 "하반기 들어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별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 양질의 주택이 예정된 대로 공급되도록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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