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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
예상은 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현대차 투싼만큼 기아 스포티지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을 뛰어넘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몰라볼 정도다. 물론 동생인 셀토스, 형님인 쏘렌토, 첫 전용 전기차인 EV6와 '형제'라는 사실을 알려줄 디자인 요소는 반영했다.
하지만 스포티지 후속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완전히 새로 나온 SUV로 여길 수준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6년 만에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바뀌었다.
'파격 변신'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남 좋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세계 최초 도심형 SUV에 어울리는 지분을 챙기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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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지 신구 모델 [사진 제공 = 기아] |
1991년 도쿄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스포티지 콘셉트카는 글로벌 SUV 시장에 '도심형' 화두를 던졌다.
크고 투박하며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기존 SUV와 달리 작으면서도 곡선미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모터쇼 베스트 모델 10에도 선정됐다.
1세대 스포티지는 2년 뒤 세계 최초 도심형 SUV로 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토요타와 혼다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기존 SUV에서 볼 수 없던 세련된 곡선을 반영한 외모와 세단에 버금가는 실내 인테리어를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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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스포티지 [사진 = 매일경제DB] |
도요타와 혼다는 강했다. 스포티지가 닦아둔 길에서 라브4와 CR-V는 질주했다. 라브4는 지난해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기준인 '1000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CR-V도 900만대 이상 팔리며 1000만대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스포티지도 성과는 거둬들였다. 스포티지는 2004년 2세대, 2010년 3세대, 2015년 4세대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가 'SUV 명가'로 자리잡는 기틀을 마련했다.
기아 최초로 글로벌 판매대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600만대를 넘어섰다. 도심형 SUV 시대를 연 기아 입장에서 '상처뿐인 영광'은 아니지만 아쉬운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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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4세대(왼쪽)와 신형 5세대 스포티지 [사진 출처 = 기아] |
출발부터 '진격'했다.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난달 6일에만 1만6078대가 계약됐다. 투싼이 보유한 국산 준중형 SUV 사전계약 첫날 기록 1만842대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첫날 돌풍은 태풍으로 세력을 키웠다. 영업일 기준 10일 동안 2만2195대가 계약됐다.
인기 요인은 남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차급을 뛰어넘은 공간, 향상된 편의·안전 사양 때문이다.
신형 스포티지는 EV6처럼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했다. 자연의 대담함과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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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
측면은 단순미를 추구했다. 도어 손잡이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크롬 벨트라인 몰뎅을 제외하고는 선 사용을 자제했다. 직선과 직선을 이어 '각진' 매력을 추구한 투싼과 다르다.
후면은 넓은 숄더, 좌우를 연결한 수평 장식, 날렵한 리어램프, 넓은 블랙 리어 램프와 스키드 플레이트로 심플함과 안정감을 추구했다. 리어램프 끝은 눈꼬리처럼 펜더 쪽으로 파고들었다. 전면부처럼 수평 형태 디자인을 적용, 실제보다 차체가 더 크고 넓어보인다.
디자인 차별화 모델 '그래비티'는 강인함에 초점을 맞췄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한층 단단한 인상의 전후면 범퍼, 블랙 유광의 도어 가니시, 상향된 루프랙 등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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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인테리어 [사진 제공 = 기아] |
날렵한 디자인으로 공기역학 성능도 좋아졌다. 낮을수록 좋은 공기역학계수는 스포티지가 0.31Cd, 투싼이 0.32Cd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85mm 길어진 2755mm다. 투싼처럼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콕핏, 최첨단 사양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은 부드럽게 곡면으로 하나가 됐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국내 준중형 SUV 최초로 적용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야각에 따른 화면 왜곡을 줄여준다. 정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해주고 운전자 시선 분산을 줄여준다. 좌우 송풍구는 니은자(ㄴ) 형태다. 조수석 쪽은 밑줄이 더 길게 이어진 형태다. 처음 보는 형태로 창의성이 돋보인다. 다만,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배치된 한일자(-) 형태 송풍구는 세련미를 반감시킨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은 통합됐다. 스마트기기에 적용되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공간을 차지했던 버튼과 다이얼이 대거 사라지면서 깔끔해졌다.
기어스틱이 없는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기(SBW)로 변속 조작 편의성을 향상했다. 투싼이 적용한 버튼 방식 SBW보다 조작이 편리하다. 회전형 컵 홀더를 적용해 콘솔 수납공간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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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
마감은 아쉽다. 앞 유리와 만나는 루프 안쪽 마감재는 절단면이 거칠게 노출됐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 비스듬한 기둥) 안쪽 이음새 마무리도 매끄럽지 못하다.
현대·기아 장점인 안전·편의사양도 체급을 넘어선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차로 유지 보조(LF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을 탑재했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안전 하차 경고(SEW), 운전자 주의 경고(DAW), 후측방 모니터(BVM), 하이빔 보조(HBA),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RCCA) 등도 채택했다.
편의사양은 스마트한 일상을 도와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차량에서 집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등 기어 커넥티드 카 서비스인 키아 커넥트도 적용됐다.
시동을 끄고 일정 시간 뒤 블러워를 작동시켜 불쾌한 에어컨 냄새 발생을 줄여주는 애프터 블로우 시스템,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공기질을 개선시켜주는 능동형 공기청정 시스템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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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
운전 시야는 넓어졌다. 계기판을 아래로 30mm 내려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보다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사이드 미러 접합부를 A필러에서 도어로 내리고 A필러와 옆 유리가 만나는 삼각형 공간도 유리로 처리, 개방감을 향상시켰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구성됐다. 에코와 스마트 모드로 저·중속 주행할 때는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조용하게 움직인다. 풍절음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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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
첫 반응은 반박자 느리지만 숨고르기가 끝나면 경쾌하게 질주한다. 지그재그 몸놀림도 빠르고 안정적이다. 전자식으로 조향 제어를 보완해 민첩성과 안정성을 향상시켜는 이핸들링(E-Handling) 효과다. 브레이크 성능도 우수하다. 급 정지할 때 차체가 요동치는 현상을 줄였다.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한 편이다. 대신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게 넘어간다. 위아래로 덜컥덜컥 움직이는 피칭(Pitching) 현상을 줄여주는 이라이드(E-Ride) 덕분이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으로 구성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성능은 최고 수준이다. 차가 알아서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가감속한다. 방향지시기를 작동하면 옆 차선으로 알아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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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스포티지 이핸들링 기능 [자료 출처 = 기아] |
신형 스포티지는 플랫폼을 공유한 현대차 투싼과 경쟁한다. 투싼은 국산 준중형 SUV 판매 1위다. 주문이 밀린 상태에서 차량용 반도체 대란까지 겹쳐 6개월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신형 스포티지는 투싼과 함께 쌍용차 코란도, 쉐보레 트레일블레이
아울러 스포티지에 영감을 받았지만 이제는 너무나 강력해진 도요타 라브4, 혼다 CR-V와 도 경쟁한다. '하이브리드 명가' 도요타와 혼다 공략에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선봉을 맡는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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