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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진 = 연합뉴스] |
광주고법 제주 행정1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18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제주지법이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판결이 나온지 9개월만에 결과가 뒤집어진 셈이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취소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제주도는 국내 의료체계에 주는 영향을 막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만일 신청을 단순히 불허했을 경우 1000억원대에 이르는 손해배상 책임을 제주도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조건부 허가를 준 것"이라며 허가취소가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을 환영했었다. 이에 녹지국제병원을 추진한 녹지제주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반인륜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기형적인 병원 개설 허가를 해주고 투자한 기업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해 녹지병원의 허가 취소 처분이 정당하는 판결로 '의료공공성'을 지켰지만, 국가신뢰성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허가했던 영리병원 개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취소되어 결국 정책이 정권에 따라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개방형 투자병원 설립이 금지된 국가는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3개국이지만 일본은 의료특구에는 허용한다.
이번 항소심은 1심 재판부의 판단과는 반대로 원고인 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영리병원 개설의 불씨가 살아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직 항소심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 근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심 재판부에서 판단을 미룬 바 있는 병원 개설 허가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제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판결에 따른 추후 녹지병원 개설 여부는 인천, 부산 등 다른 지역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의료관광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개설 여부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영리병원은 기업이나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운영하며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고 의사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교법인, 사회복지재단, 의료법인 등만 비영리로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녹지병원 개설 문제는 2006년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서 외국계 의료기관 설립이 추진되면서 의료 공공성을 중시하는 이들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의 의견이 대립하며 지역사회를 넘어서는 큰 논란이 되어왔다.
이날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영리병원을 반대해 온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코로나19 공공의료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앞으로 반대 운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은 연면적 1만8200m, 3층 높이의 건물로 모두 1인실로 구성된 47병상짜리 의료기관이었다. 일반 병의원으로 치면 약 200병상 규모에 달한다. 진료과는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개였다. 녹지병원은 한때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중국 녹지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해 지었다. 제주도와 상하이시 산하 부동산개발 전문 녹지그룹은 2011년 12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개발하는 헬스케어타운 153만9339m²부지(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절반가량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은 JDC가 2008년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 153만9339㎡ 부지에 의료관광 및 숙박시설을 핵심으로 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됐지만 지지부진해 중국 녹지그룹을 끌어들인 것이다. 3단계로 나눠 진행된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은 콘도 400세대를 짓는 1단계에 이어 2단계로 255세대의 추가 콘도 일부와 호텔, 쇼핑몰, 테마파크 등을 짓다가 중단됐다. 당초 2018년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녹지그룹 개발은 공정률 53%만 진행되다 자금줄이 끊겨 2017년 6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시진핑 정부가 외화 반출을 제한하고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요인이 됐다. 녹지그룹의 당초 개발계획에는 안티에이징센터는 있어도 병원은 없었다. JDC가 자체적으로 '메디컬 스트리트'를 조성해 병의원을 모으고 의료관광객을 겨냥한 병원건립은 또 다른 중국 기업과 추진했다. 그러나 그 기업이 병원설립을 포기하고 메디컬 스트리트 조성도 지지부진하여 JDC는 녹지그룹에게 병원도 지으라고 요청했다. 녹지그룹이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첫 영리병원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JDC 이사장이 발벗고 나섰다. 외국인 의료투자 유치와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방형 투자병원'이 결실을 맺는 듯했다.
녹지병원은 의사 9명, 간호사 28명을 포함해 134명(제주도민 107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2017년 8월 개원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리병원에 대한 정부의 기류가 변해 제주도지사가 선뜻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일부 의료단체와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공공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며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지사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관련 여론 수렴에서 도입된 '숙의형 공론화'를 녹지병원에 적용했다.
원 지사는 2018년 10월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위'에서 반대권고가 58.9%나 나왔지만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을 달아 그 해 12월 5일 개원을 허가했다. 원 지사는 허가에 특별한 하자가 없지만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조건부 허가'라는 절충안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녹지제주는 의료법이 정한 개원 시한인 이듬해 2019년 3월까지 개설하지 않았다. 원희룡지사는 녹지그룹이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해 개원하지 않자 그해 4월 17일 '정당한 사유없이 개원 허가 후 3개월 내 개원하지 않았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그룹도 2019년 5월 허가취소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녹지 측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 처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법은 2020년 10월 20일 열린 1심 판결에서 피고 측인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판단을 미뤄 별도 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판결에 따른 파장 확산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녹지병원이 국내 의료관련 인사에게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법은 개인이든 법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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