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중요한 건 '실행'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떠올리는 몇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박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강원도 홍천의 세이지우드 골프장과 호텔을 방문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10조 원을 넘겨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언론 보도였습니다.
박 회장은 매경이코노미 증권팀 기자로 일할 때 2~3차례 만난 일이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깊이 생각해 볼 화두를 던져줬고, 성공한 투자자와 기업가로서의 직관력도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 초쯤 만나 점심을 같이 먹었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기자들을 만났던 박 회장으로서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막 출범해 미디어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고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새로운 방송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점심 자리에서 “새로운 방송사들이 등장할 테고, 시장이 확대되면 종사자들의 몸값이 높아질 거다. 텍스트 위주의 신문 기자보다 방송기자에 우대 현상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는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방송을 하는 게 기자로서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마침, 9년 정도 매경이코노미에서 일하며 어느 정도 기자 생활에 관성이 생겨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였던 터라, 박 회장의 말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그해 신문사에서 MBN으로 소속을 옮기게 된 데는, 박 회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박 회장이 올 봄, 유튜브에 나와 최근의 투자 흐름을 설명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ETF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웅변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몸이 무거워진(?) 만큼 뒷짐이나 지고 금융시장의 어른으로 체면치레나 하면 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열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영상에서 대담을 나눈 사람들이 회사 소속 직원들이라 그런지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지 못하고 “회장님 말씀처럼~” “맞습니다”를 연발하는 것은 좀 거슬리더군요. 아무리 박 회장이 개방적이고 아랫사람들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해도, 1인자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은 우리나라에서는 꽤 어려운 가 봅니다.
자본금 500억 원으로 시작해 자기자본 10조 원 증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박 회장은 창업할 때부터 가졌던 걸까요? 그야 제가 알 수 없지만 국내 금융환경에서 신생사를 만들어 최대 증권사를 현실로 만든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강원도 두메산골 홍천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과 호텔을 만든 것도, 꿈만 꿔서는 될 일은 아니었겠죠.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고도의 전략과 무엇보다 실행력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일 겁니다. 리더는 그래서 꿈을 꾸는 동시에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수험생들에게는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비단 수험생뿐 아니라 성인에게
[정광재 디지털뉴스 부장 indianpao@hanmail.net]